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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 2023년, ‘선거 없는 해’의 이중적 성격 2023-03-23 02:21:50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됐던 2022년, 총선이 실시되는 2024년과 달리 올해 2023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이 점이 여러 사안에 대해 상당한 규정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야권뿐만 아니라 전반적 정치 상황 변화의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전망은 계속 좋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권력까지 교체된 2022년에는 ‘니 탓 내 탓’ 공방이 팽팽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의 연장전 속에서라면 시간은 여권의 편이 아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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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를 ‘욕먹더라도 필요한 일을 한다’로 착각하면 곤란

 

3월에 여당 전당대회라는 큰 정치 이벤트가 있지만 올해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선거 없는 해’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각 정치 세력들이 ‘내실’을 쌓을 수 있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필요한 정책을 추진할 적기가 된다. 욕을 좀 먹더라도 일을 하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일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는 식이다. 야당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노선, 리더십 경쟁을 벌여 다가올 전국 단위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된다. 이와 반대로 부정적으로 보면 여론, 특히 중도층과 부동층 여론에 개의치 않고 강성 지지층과 손발을 맞추면서 입맛대로 민심을 해석하면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된다.

여야가 각각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난 해 전국 단위 선거가 끝난 이후 여야가 걸어온 길을 보면 내년 역시 ‘선거 없는 해’의 부정적 양태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권은 그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연초부터 전당대회 일정이 잡혀있다는 점이다. 민심에 부응하는 쪽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에 걸맞은 지도부가 구성되느냐 마냐가 올 한해는 물론 내년 총선의 향배도 결정지을 것이다. 이건 뻔한 이야기지만, 여러 어려운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대통령들은 ‘나와 가깝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길 원한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나와 가깝고’와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이 다를 때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나와 가까운’ 사람을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긴 어렵다. 그런데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기는 그보다는 좀 더 쉽다.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우선적으로 누가 본연의 경쟁력을 발휘할 것인가를 가리고 그 다음 대통령이 그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대 이전 내각이나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실시 여부, 그 양과 질을 보면 ‘윤심’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실과 내각이 문제없으니 이대로 더 가겠다고 판단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도 참 궁금하다. 

 

이재명-검찰 대결, 세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이 최악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향배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치 공방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기소될 경우에도 법정 공방은 3심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역시 1/4분기 내에 큰 가닥은 잡히지 않을까 싶다. 기소에서 1심 개시로 이어지는 기간에 검찰이 이 대표 혐의를 상당히 뒷받침하는, 대중들이 수긍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이 혼란해지겠지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경쟁이 진행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즉 총선을 향한 경쟁에서는 오히려 여권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권 적폐’나 민주노총 수사를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건 그때까지도 여당과 대통령실이 자기 의제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경우 선거구제 개혁이나 개헌 등 제도개혁 이슈가 강하게 제기될 것이다.)  

기소되지만 본인은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정황증거와 법리 외에 명확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민주당 안팎의 혼란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격화될 것이다. 분당론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

기소 자체가 어렵게 될 경우엔 이 대표의 민주당 장악력이 강해지고 검찰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같은 정국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가 1992년 대선 전의 김영삼, 1997년 대선 전의 김대중, 2007년 대선 전의 박근혜처럼 ‘사실상 다음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다고 말할 순 없다. 내년 하반기 공천 준비 과정에서  다시 내부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의 첫 스테이지가 마무리되는 3월경이 올해 전체와 내년 총선까지 강한 규정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전당대회,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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