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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11] 민주당 후보 선출, 컨벤션효과 대신 리스크 증폭 2024-04-24 09:01:10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민주당 일반당원과 비당원 국민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경선 불복 논란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낙승 흐름이 이어졌다면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지사의 정면돌파 기조에 힘이 실릴 수 있었겠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결선 불가를 천명해놓고 있는 등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전반적으로 리스크 증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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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의 복잡하고 어려운 나비효과들

 

이재명 후보는 경기, 서울의 마지막 경선에서도 50% 이상의 지지를 획득했지만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28.30%를 획득하는 데 그쳐 62.37%를 획득한 이낙연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지난 9월 1일부터 14일까지, 즉 이재명 지사의 강세가 이미 확인된 이후 모집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가 그간 흐름과 완전히 달라진 것. ‘확산되는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표출할 수 있는 트리거 역할’,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 등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이같이 압도적 결과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는 부족함이 적지 않다.

온라인 투표인단의 높은 유동성, 선호 투표 대신 심판 투표 성격의 강화, 전통적이고 조직적 경로가 아닌 비조직적 경로를 통한 반대의 조직화 등이 정치와 각종 경선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재명 후보는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차점자와 11%P 이상 차이라면 낙승이라 할 수 있지만 마지막 민심 확인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이 나왔고,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내내 정치적 기준으로 설정된 결선 투표 커트라인을 0.29%밖에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컨벤션효과를 누려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스텝이 크게 꼬이고 있다. 먼저 이재명 후보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당내 세력들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기제가 형성됐다. 이른바 ‘원팀’형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형국인 것. 표면적으로는 결선 투표 성사 여부가 쟁점이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후보 최종 선출 현장에서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쉽지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형성할 때 이낙연 전 대표 측도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겠지만 이재명 후보의 분량이 훨씬 더 크다.

‘원팀’문제는 민주당 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을 반대하고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희망하는 세력들이 상당하지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도덕성’, ‘사회개혁’ 등의 명분이 필요하다. 대장동 의혹이 없었다면, 혹은 민주당 경선이 손쉽게 끝났다면 ‘사회개혁’, ‘검찰개혁’ 등을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 명분이 상당히 손상된 상황이다.

폭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스타트 라인의 휘청거림은 본선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보 경선 단계에서는 정체성 강화, 후보 선출 이후 중도화는 선거의 기본 전략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 ‘가짜 뉴스의 영향’ 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게다가 확장적 선대위 구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당내 온건 세력을 상징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갈등이 길어진다면 추미애 전 대표나 열린민주당 등 강경세력이 이재명 후보의 옆자리에 서게 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의 관계 역시 이재명 후보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차별화의 수위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쪽의 거리두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난제들이 많지만 국민의힘 경선이 한창이고 이재명 후보에도 아직은 시간이 있다. 어차피 지금의 난제를 극복하고 여러 갈등을 해결 혹은 봉합할 때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면돌파’라는 이름으로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면 어려움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재명, 대장동,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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