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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5/11] 높은 대통령 지지율, 필요할 땐 소비해야 한다 2024-04-24 04:53:00
프로야구 개막, 순차적 등교-개학 준비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태원 클럽’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당국과 사회의 대처 능력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음 ‘진도’의 과제를 수행하려는 시점에서 “아직 느슨해질 때가 아니다”라는 경고음이 나타난 것이다. 정의기억연대 논란은 여권-진보진영이 ‘주류’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와 치러야할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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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아직 멀었다”고 경고음 발산

 

신규 확진자 숫자가 대폭 감소하고, 전반적으로 자신감은 커지고 공포감은 줄어드는 국면에서  몇 가지 고비가 있었다. 

첫 고비는 총선이었다. 승패를 떠나서 총선이라는 국가적 ‘루틴’을 무탈하게 치를 수 있느냐 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 다음이 4월말에서 5월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그 직전에 남부지방 관광지에서 소규모 감염이 이미 발생했었던 탓에 제주도 등 휴양지에서는 긴장도가 높았다. 

클럽 등도 위험지역으로 꼽혔지만 서울 강남 유흥업소 감염이 큰 파장 없이 관리됐고 식당 등에서의 생활감염 사례도 단발적, 소규모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태원 클럽은 벌써 규모가 달라 보인다.

생활속 거리두기를 앞둔 이달 초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와 만난 자리에서 “신천지 같은 대규모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곳곳에서 ‘수류탄급’이 터질 것은 분명하다. 사전에 다 막을 순 없지만 수류탄들이 터지더라도 감당할 준비는 되어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태원클럽 사태는 신천지급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수류탄급’보다는 파괴력이 커 보인다. 접촉자들에 대한 검사, 클럽 등 다중 시설에 대한 통제 등 사후 조치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 자세히 제시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상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됐다면 ‘위험’과 ‘대처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 개인들에게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황을 ‘장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청와대의 역할은 더 중요할 수 있다. 리스크는 총리실이나 부처로 넘기고 과실만 독점하는 듯 한 인상을 줘선 안 된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 소비할 수 있는 자산에 다름 아니다.  

 

정의기억연대 논란에서 여권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간의 갈등은 매우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정치적 접근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정의기억연대의 전 대표가 그 커리어를 가지고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된 만큼 정치적 해석과 공방을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의기억연대가 이 갈등 자체를 ‘분열책동’으로 규정하고, 민주당 의원 출신 더불어시민당 대변인이 ‘배후설'을 제기할수록 갈등상은 더 깊어질 것이다. ‘운동’의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을 쥐는 것 자체를 금지할 순 없다. 하지만 주류와 권력에게는 더 큰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177석 여당에게 이와 유사한 논란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개별 사안에 대한 해결책도 중요하겠지만 ‘당사자’와의 갈등에 접근하는 스탠스나 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통합당, 아노미 상태에선 벗어나겠지만

 

지난 주 여야는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야당의 경우 궁극적으로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작금의 아노미 상태에서는 조금씩 벗어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안정’을 되찾기 보다는 ‘더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각오’를 수반한 충돌이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태원 클럽,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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