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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8] 재보선 바로 다음의 산불, 유예된 답변 2024-04-24 12:10:31
유권자들이 4.3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 신호에 제대로 된 응답이 나오기 전에 영동지방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이 역시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 답신은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또 남북 정상회담 국면이다. 결산 없이 국면이 바뀔 순 있지만, 청구서는 여간해서 잘 사라지지 않기 마련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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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의 의미를 일깨운 영동 산불 

 

우리는 지난 주 이 자리에서 여권을 향해 매를 맞고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벌어진 선거,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분명한 경고음이 발신됐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PK 지역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10년부터 꾸준히 약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이었지만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사로 당선됐고 민주당 김정길 후보는 석패했다. 이 기반 하에서 2011년엔 문재인 당시 노무현 재단이사장이 정치권에 등판했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2012년 대선의 석패 이후 (탄핵 이전인) 2016년 총선의 대약진, 그리고 2017년 대선 승리가 있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PK지역이 과거처럼 한나라당 계열 정당의 싹쓸이로 돌아가긴 어렵겠지만, 이 흐름이 꺾인 것이다. 십여 년의 야당 시절 동안 쌓아올린 성과가 여당 2년 만에 흔들린 것.

이 같은 신호에 대해 청와대는 응답을 회피했다. 국회에 출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의 자세는 낮았지만 말의 내용에선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치권은 범여와 범야로 확연히 갈릴 기미였고 그 가운데서 한국당은 구심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물론 완전한 복기를 하긴 이른 감도 있지만, 청와대와 총리실, 행정안전부, 소방당국, 군 당국 등 정부 전체는 정상(正常)성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특별할 것은 없을지 몰라도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 책임 있는 사람의 진중한 메시지가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보여준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어설픈 언행으로 부정적 과거를 스스로 떠올리게 했다.

물론 이번 화재에 대한 엇갈린 대응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각자의 답신으로 볼 순 없다. 한국당이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고, 청와대가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신호를 오판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답신의 시기가 좀 늦어진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 국면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국민들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정상(正常)성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낙연, 김부겸 등에 대한 높은 평가가 연결되는 대목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주요 변곡점 아닐 수 있어

 

4.11 한미 정상회담은 정국의 아주 중요한 변곡점으로 자리매김하진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의 급격한 진전이 없더라도 악화를 막는 쪽이라면 그 역시 의미가 없진 않다. 어쨌든 오버하는 쪽이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상실할 가능성은 높다.

청와대는 인사 난맥상 뿐 아니라 민생-경제에 대한 시그널이 흐릿해진 지 꽤 됐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홍남기 체제에서 장하성-김수현 체제 같은 잡음은 덜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기조와 우선순위 역시 불분명해진 느낌을 주고 있다.

당청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가 어설프게 진행된다면 당 따로, 청와대 따로로 귀결될 수 있다.

한국당은 대한애국당과 합당이 우선 과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대한 유불리를 찬찬히 따져봐야할 것이다. 4.3 재보선에서 한국당이 얻은 교훈이 실제로 그것이라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 여당의 구조적 우위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영동산불, 4.3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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