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여러 지표를 보면 지난달 중순경부터 보수 진영, 탄핵 반대 진영의 확장세는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충격, 미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한 모습 , 강경 보수진영의 행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기소 이후 공수처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나름의 자제를 하는 모습 등도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에서 탄핵 인용 지지세, 탄핵 인용 예상 비율은 재반등한 것.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차기 후보군들도 활동폭을 늘리고 당 지도부도 개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탄핵 이후’가 본격화됨을 시사한 것.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은 시나리오 밖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행보와 영향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높아지면 강경 보수 일부가 결집하는 효과와 그 수준을 뛰어넘는 반대진영의 역결집이 동시에 나타났다. 대체로 야당에 유리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와 윤 대통령의 석방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속계산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최근 비명계에 대한 거친 발언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단기적 국면 전환의 호기를 만난 것이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총선 때 공천 논란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사법리스크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다 윤 대통령이 돌파구를 만들어줬던 셈이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에도 이 대표가 제일 믿을 구석은 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이런 메커니즘을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데 둘 다 큰 문제다. 결국 대선 후보군들이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치고 나가서 구심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본인의 리스크를 스스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최근 콘텐츠와 당내 화합면에서 중도확장 전략을 가동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중도우파’선언에 대한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플러스마이너스를 따져보면 플러스라 볼 수 있다. 비주류 인사들을 하나하나 만나 화합을 약속한 것인 지상파 방송에 출연 폭을 늘린 것도 같은 결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난 5일 민주당 지지층들에게 인기가 좋고 이 대표에게 매우 우호적인,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정치적으로 배타적인 면모가 있는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자신의 체포동의안 통과 과정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 당내에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협상으로 제시한 것, 맞춰보니까 짜고 한 짓이거든요. 당내 일부하고”라고 규정하고 “민주당이라고 하는 걸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또는 폭력적 집단하고 암거래하는 이 집단들이 살아남아 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시점, 채널, 내용 모든 면에서 최악의 발언인 것. 애초부터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는 콘텐츠나 정책방향보다는 톤앤 매너와 스타일에 대한 부분이 컸다. 중도화 역시 후자에 초점이 맞춰줘야 하는 것인데 스스로 이를 무너뜨리고 리스크를 키운 것. 민주당과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기 대선에서도 이 대목이 제일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민주당 비명 주자들은 당장은 운신의 폭을 조금이나 늘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