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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7] 2002, 2008, 2016의 광장과 2019의 광장은 다르다 2019-10-14 04:15:16
광장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양편 모두 ‘국민’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압도해 축출할 만한 세와 명분을 갖고 있진 못한 상황이다. 각 정당들은 어느 쪽에 적극 합류하거나, 짐짓 ‘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비공식적’ 소감을 내놓았다가 입을 다물고 있다. 예상과 다른 흐름에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청와대가 입을 열어야 한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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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과거 광장 계보에 포함될 수 있을까?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광장 정치는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양상은 과거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의정부 학생 사망 사건이 광장을 열었다. 이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거쳐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모습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다.

과거 사례들은 공통점이 있다. 주로 진보진영이 제기한 의제에 온건 진보 내지 중도파, 경우에 따라선 온건 보수까지 공감하면서 지평이 확산되고 제도적,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그 의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었다. (탄핵 반대 집회의 규모도 적다고 할 순 없지만, 이 흐름은 사실상 상황이 정리된 후에 나온 것이라 의미가 다르다)

현재 서초동 집회를 주도하거나 공감하는 쪽은 이 계보에 자신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동일시 등이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월 28일 집회의 규모와 열기가 매우 높아진 이후 그런 주장이 높아졌다.

하지만 10월 3일 광화문 집회 이후 흐름은 달라졌다. 한국당과 강성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가 깔아놓은 판임에는 분명하지만 동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운집했다. 확장이나 공감과는 거리가 멀었던 광화문을 확장시킨 것이 바로 서초동인 것. 게다가 광화문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현재 검찰에 내심 우호적이겠지만, ‘조국수호-검찰개혁’이라는 서초동의 이중 슬로건 중 전자에 대해서 반대 전선을 긋고 있다. 

결국 현재 광장은 과거의 그것과 달리 ‘대결’의 기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양쪽 광장의 주체들은 자신들을 ‘약자와 정의’로, 상대를 ‘기득권과 불의’로 규정하지만 그 역시 실체에 부합하진 못한다.

 

여당의 여집합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현 상황에서 제도 정치권은 리딩 그룹이 아니라 팔로워 그룹이다. 여권은 광화문 집회 이후 서초동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총선 출마 준비자들이 경선 대비 차원에서 서초동에 편승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스윙보터와 거리가 먼 적극 지지층들이 공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권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이들의 상대적 비중은 더 높아지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보수 야당도 팔로워 그룹이긴 마찬가지다. 광화문에서 한국당은 ‘마중물’은 됐을지 몰라도 리더는 아니었다. 또한 최근 한국당의 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안철수, 유승민 등 중도 보수 내지는 제3세력 이미지의 정치인들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선 정치한 해석이 필요하다. 

요컨대, 여권에 대한 여집합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장-여야 대표 정례회동인 '초월회‘에 대해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불참을 통보하고 단골 불참자였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참석의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과묵 모드’가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집권자는 명료한 언행을 통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한다. 그 평가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평가를 피하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게 진짜 문제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서초동 집회, 청와대, 안철수,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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