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은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일본과 과거사에 대한 지적이 부족하고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반국가세력’ ‘좌파종북주의자’ 등의 단어를 쓰지 않고 “선열들께서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에서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는 자유롭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이다. 경제발전과 사회안정, 그리고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국제사회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면서 통합과 미래, 안보와 경제적 도전에 대한 응전 태세를 강조한 권한대행의 경축사는 훨씬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7일 육군사관학교 임관식의 김선호 국방장관직무대행(차관) 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대행은 "군인에게 있어 '충성'이란, 헌법이 규정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을 말하며, '용기'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바름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적에게 두려움을 주는 가장 용맹한 '전사'가 되어주기 바란다. 지금 세계는 새롭고 무한한 개척지를 향해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반도와 글로벌 안보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고 말했다.
적대와 분열의 언어를 쓰지 않더라도 현 상황의 어려움과 미래를 위한 책무를 충분히 강조할 수 있음을 관료들이 보여준 것. 탄핵이 인용된다 하더라도, 여야 정치권이 보여주는 갈등과 별개로, 그 때부터 두 달 간의 국정 운영 자체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여당의 ‘족쇄’를 벗어난다면 관료시스템이 좀 더 편하게 움직일지도 모르겠다.
3.1절 이후로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는 가속이 붙을 것이다. 오직 탄핵 반대세력에 기반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조차도 대중적 접점을 늘리고 있다. 표정도 화사해졌다.
어쨌든 선두주자는 여전히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는 MBC백분토론 출연을 시작으로 해서 지난 주에는 SBS TV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했다. 중도확장 전략을 외화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SBS스토브리그를 통해 필자도 70여 분간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여유있고 준비된 모습이었다. 특히 중도확장에 대한 논리전개의 완결성이 높았다. 하지만 본인 재판 2심 유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에선 확실히 톤이 달라진 것이, 역시 사법리스크가 아킬레스건임을 실감케 했다. 결국 이 대표에게는 3월 26일 2심 재판 전후가 최대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선 지난 주에 책을 출간한 한동훈 전 대표가 눈에 띈다. 책의 돌풍은 물론이고 이재명 대표와 설전, 임기 단축 개헌 등 빅스피커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이고 있다. 관건은 한 전 대표 본인이 빅스피커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넘어 정치적 효능감을 상실하고 침잠해있는 중도보수층을 일깨울 수 있느냐일 것이다. 탄핵 인용/기각 판결 전에 이들이 꿈틀거리는 기미가 보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국힘 다른 주자들 입장에서도 본선까지 전략적으로 본다면 한 전 대표의 재등장을 나쁘게 생각할 것은 없지만 명태균 이슈 등에서 주체적으로 벗어나는 힘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