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 이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명령과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자 유투버들과 강성 지지자들은 ‘저항권’을 주장하면서 맞장구 쳤다. 국민의힘의 경우 한동훈 전 대표 사퇴 이후 당내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차기 주자도 불분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도권 보수, 주류 보수의 권력 공백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차기 주자군들이 윤석열 대통령 쪽의 이니셔티브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동조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초유의 난동 사태까지 발생한 것.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봐도 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 사회에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한 시위, 파업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오랫동안 화염병, 쇠파이프와 진압봉, 방패가 횡행했다.
그런데 학생 조직, 노동조합,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의 운동조직은 모두 명분, 목표, 조직, 지도부의 지휘가 있었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자면 제도권 밖의 정치 성격도 띄고 있었던 것.
하지만 서부지법 난동자들은 목표도, 조직도, 지휘도 없는 MOB(폭력적 군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난장판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고 성과인 셈.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공권력의 권위 실추와 판사에 대한 압박 등이 되겠다. 유투버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하면서 자기들끼리 자극하고 선동하긴 했지만 지휘 체계도 목표도 부재했다. 또한 서부지법 난동자들은 공수처 차량과 수사관을 식별해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이 역시 유래 없는 일이다.
이는 정쟁이나 이념 대립의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체제의 유지, 최대한 존중(혹은 인정), 공안 이전에 생활 치안에 대한 신뢰 등이 위협 받고 있는 것. 게다가 최근 인권위에서 윤 대통령 방어 안건 처리 시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난동자들이 진보적 제도와 논리를 보호 기제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자칫하면 MOB이 활성화되고 익숙해질 위험이 처한 것. 여러 이유로 볼 때 현재 여론조사들이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지만 탄핵 심리 과정, 인용시 각 당의 대선 후보 경선, 대선까지 이런 갈등과 혼란상이 이어진다면 말 그대로 국가 침체가 장기화될 위험이 크다.
이상(異常)과 비정상이 일상화되면 경제안정성, 예측가능성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핵위협이나 미중 갈등 등이 아니라 현재 국내 정정(政情)이 안보와 치안의 복합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당의 각성이 시급하지만 언론, 전문가 집단, 종교계 등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