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의제와 전략 > 이주의 전망
[이주의 전망 4/15] 이 상황에서 원희룡, 정진석, 권영세로 되겠나? 2024-04-29 00:58:46
총선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결정지은 선거였다. 길게는 지난 1년여 간의 대통령 지지율, 짧게는 3월 한 달간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를 결정지었다. 총선 이후 정국 변화 역시 윤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난 1년과 다른 것은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졌다는 점이다. 많은 사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당하게 됐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비서실, 내각 인사부터 그렇다.
윤태곤(taegonyoun@gmail.com)
정치분석실장
  this article :

20대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몰락했나

 

채상병 특검법 재처리 예고 등 야당이 강하게 용산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의하고 조국혁신당 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4년간 나타났듯 거대 의석은 야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당장 중요한 것, 또 그나마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은 야당과 관계가 아니라 여당과 관계 쪽이다. 명분 없는 거부권 행사나 엉뚱한 인사에 대해선 여당이 방어막을 펼쳐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상민, 이동관, 장제원 등의 이름이 새 비서실장 후보로 거명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쁜 의미로 상징성이 매우 강한 이들이라 만약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가정하더라도 부각되기 어려운 이름인 것. 용산 발 이 소식으로 인해 ‘역시 윤 대통령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재부각됐다.

인적 쇄신, 혹은 인적 재배치에는 이중적 어려움이 생기게 될 것이다. 먼저 총리 등 국회 표결이 필요한 인사는 여당이 똘똘 뭉친다고 해도 야당의 동의 없이는 임명이 어렵다. 그리고 대통령의 결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괜찮은 인물’들을 대통령실이나 내각 등에 영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변했다는 인식을 주고 그들에게 과감한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인물들의 수락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언감생심 이럴 때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저런 자리에 가냐”는 ‘감지덕지’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이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이 중요하다’ ‘국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뻣뻣한 모습을 보였고 원 구성 협상에서도 오히려 소수가 된 여당이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부터 여당의 비대위, 당 지도부는 물론 대통령실과 내각은 혁신적 인사가 아니라 딴 소리 안 내고 충직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로 인해 여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형해화 됐고 총선 후 6개월이 지나 K-미르 재단 문제가 터진 이후 국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말은 탄핵.

이번 총선이 여권에 보낸 신호는 분명하다. 선거 기간 내내 대통령의 등장 빈도와 여당 지지도는 정확히 반비례했다. 결과적으로도 수도권 비강남 지역에서 의석을 지키거나, 새로 입성한 인물들은 안철수, 나경원, 김재섭, 김용태, 윤상현 등 하나같이 비윤, 반윤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수적 우위가 더 확고해진 TK와 PK 중 보수파들이 용산과 손을 잡고 보수적으로 당을 운영하려 할 경우 파국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준표 대구 시장 등도 ‘진짜 보수’를 언급하며 ‘용산 보위자’를 자청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 속에서는 PK 지역 당선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 그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이 더 불편해져야 한다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원희룡, 정진석 정도면 여권에서 합리적인 인물군에 속한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있으면서도 강성 친윤이라고 하긴 어려운 인물들이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신뢰 자체가 쇄신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다.

내각과 달리 대통령실은 좀 더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들이 필요하지만 위 두 사람이 강성 야당 지지층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당에서 떨어져 나간 민심과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과 대통령 중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쪽은 분명히 후자다.

또한 정무적으로 볼 때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에 포위되어서 화망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민주당을 제일 중요한 파트너로 삼고 돌파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던 국민의당은 당시 민주당보다는 오른쪽에 있었던 중도적 성격이었지만 지금 3, 4당의 성격은 그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야권 연대의 키는 야당 구성원들이 아니라 용산이 쥐고 있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원희룡, 총선, 조국혁신당

float_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