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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1 ] 대통령 담화, 여당의 공간을 확 줄여버렸다 2024-04-28 17:30:21
사전투표일을 감안하면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반전이나 역결집보다 관성과 결집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는 시간이다.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파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약 한 시간 분량에 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간 복지부와 대통령실이 주장해 왔던 내용의 종합 총정리본 성격으로 상황 변화는 없는 셈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지만, 여당의 요구나 여론을 거스르는 내용이 나온 것은 더 특이한 일이다. 이 자체가 여당 기준으로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
윤태곤(taegonyoun@gmail.com)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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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말 반복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은 31일 늦은 밤 예고됐고 발표 시간도 세 시간 여 전에야 공지가 됐다. 의정 갈등이 극에 달하고 환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여권에서도 “대화의 물꼬라도 트기 위해선 의대 증원 ‘2,000명’의 숫자 제약이라도 풀어야 한다”라는 요구가 거센 데 따른 대답인 것.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2,000명이 문제라면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의대 증원의 필요성이나 그 숫자의 정합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개원의 중심의 의사협회,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인 의대교수협의회, 실질적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이 당장 모여서 안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 윤 대통령의 주장은 일단 모두 복귀한 다음에 머리를 맞대서 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인데, 수용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지지율 걱정을 했다” 등의 발언에서는 여당을 향한 불만도 묻어났다.

통상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 메시지는 여당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깔린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그 반대 상황인 것. 대통령실 참모진과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 그간에도 많았지만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당에 표를 주면 대통령 힘 더 세진다?

 

어쨌든 윤 대통령의 담화로 인해 극히 돌발적인 이슈를 제외하곤 선거의 모든 변수들이 다 노출됐다. 현재의 흐름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한 국민의힘 하락세, 일부 후보들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견조한 강세, 조국혁신당의 지속적 약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흐름 자체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대통령이 의대 증원 숫자 고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함으로 여당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대통령이 현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 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힘을 보태달라” “의사들은 돌아오라”라고만 말했기 때문.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졌고 제3의 기획을 만들어 내기엔 시간도 태부족한 상황인 것.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자는 주장이 있겠지만, 수도권과 PK 지역 격전지에서 여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중도층 이반이 핵심적 원인이다. 즉, 바짝 낮은 자세를 취하든 뭐든 거부감을 줄여서 중도층을 돌려세울 마지막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게 됐다. 여당에 표를 주면 대통령의 지금과 같은 기조, 국정 운영 스타일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다.

반면 야당은 특별한 전략이나 기조 변화 없이 현재 흐름을 계속 끌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후보들의 문제점에 대해선 당사자들의 대응에 맡기고 무시하되 대통령의 문제점을 계속 부각해서 상쇄한다는 전략.

어쨌든 이번 금요일부터 사전투표다. 며칠 남지 않았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윤석열, 의대증원,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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