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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5/1]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이렇게 해 본다면? 2024-04-24 04:05:26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곧이어 기시다 일본 총리의 답방,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일정이 진행된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짧게 총선, 길게 향후 4년을 바라보면 이번 한 달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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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최고 문제는 ‘공급자 마인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박한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 방문 기간에는 특별히 눈을 찌푸리게 할 일은 없었다. 국빈 만찬, 미 의회 연설에서는 윤 대통령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고 현지의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출국 전 관행처럼 된 해당국 언론과 인터뷰, 이번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 지와의 인터뷰가 문제였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이 아닌 활자매체와의 정제된 인터뷰에서 이런 논란이 자꾸 반복되는 것은 큰 문제다. 사전에 정교하게 준비된 전략적 발언으로 인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식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를 비난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매체에 의해 반박당하고 ‘진의를 봐달라’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찬성과 반대 토론 대신 시비 논쟁이 벌어지면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반복해 말하지만, 현재 용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수성이나 한미일 동맹 강화 같은 ‘정책 방향성’이 아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메시지, 일정과 연동되는 이미지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적절치 못한 메시지와 이미지로 여론 반응이 부정적일 때도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탓하거나 ‘지지율이 떨어져도 할 일(말)은 한다’라는 식으로 대응해 여론을 스스로 더 악화시켰다. ‘공급자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는 것. 상대적으로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내부 총질’ 프레임으로 토론조차 사라졌다.

일본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사기 위한 윤 대통령의 노력이 역력했다. 메시지와 일정 수행에서 성실성과 진정성이 묻어났다. 일본 방문 때보다는 미국 방문 때가 더 나았다. 국내에서도 이런 모습이 이어져야 한다. ‘나의 성과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외국에서 모습과 국내에서 모습이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여당과 관계에도 좀 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김기현 대표에게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신뢰를 표현한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될 것도 아니다. 대통령실과 당 중에 한쪽이 한쪽의 손을 붙잡아서 끌어올릴 만큼 형편이 좋은 곳도 없다.

대통령과 회동에서 대표가 민심에 부합하는 조치를 요청(건의가 아니다)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고 구체적이고 과감한 실천이 이어지면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인사에 관한 것이건, 국정 수행 스타일에 관한 것이건, 정책에 관한 것이건 상관없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야 한다.

 

인식과 규정도 없는 민주당, 매우 무책임

 

민주당은 ‘돈 봉투 사건’에 직면했지만, 여권의 난맥상에 힘입어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쪽인 상대방의 실책으로 한숨을 돌리는 모습은 지난 1년간 계속 반복됐다. 오래 가지도 못하고 공수의 자리만 바뀌었다.

대통령 방미 기간에도 민주당의 비판 메시지는 그 수준이 봐주기 힘들 지경이었다. 팩트가 틀린 것도 적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그런 수준의 메시지에 대해 여론도, 민주당 구성원들도 ‘그러려니’ 한다는 점이다. 기대수준과 신뢰도가 너무 떨어져 있다.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중요한 인물들은 ‘모른다’를 반복하고 당사자들은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식이다. 판단과 조치는커녕, 인식과 규정조차 없다. 조작인지 과장인지 사실인지 말이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의 박광온 원내대표에 대해선 기대가 적지 않다. 최소한 ‘사고 칠 사람은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 어쩌면 그 정도가 현재 정치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닌지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미국국빙방문, 박광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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