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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10] 악순환 굴레 빠진 여권, 지지율 하락이 정책 발목 잡을 것 2024-04-24 01:08:47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차례로 악재가 발생하면서 부정적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메시지와 일정이 희화화되고 개별 정책의 지지율까지 떨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분위기가 반전되지 못하면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 이어질 것 같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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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 사안에도 여론 싸늘, 사소한 악재는 증폭

 

외교안보라인의 난맥상이 노출된 이후 여당 새 지도부에서 연달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장외 강경 보수를 상징하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논란과 논쟁이 이어진 것이 대표적 예다. 이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 목사와 홍준표 대구 시장을 향해 양비론적 메시지를 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난맥상이 확산,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민생희망특별위원회는 발족 직후부터 ‘밥 한 공기 먹기 캠페인’ 논란 등으로 희화화됐다. 강원도, 충북도 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산불 발생 시 부적절한 일정 논란으로 언론과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방 일정에서 나온 사진들도 무성의하거나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 내에서 업무 수행 평가와 차기 지도자 지지도가 높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마저 보수적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주 여러 정례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을 압도했다. 여당과 대통령 지지도도 좋지 않지만, 여론조사 방식이나 기관에 따라 엇갈리는데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정부 평가에서는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강하게 추진한 양곡관리법의 경우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지지가 60%,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찬성하는 국민이 33%로 반대(48%)보다 훨씬 낮았다(한국갤럽의 지난 4~6일 전국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대통령,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 저하가 정책에 대한 견해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메신저 거부 현상이 정책 현장으로 전이되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대통령실에선 “지지율이 낮아지더라도 할 일은 한다”, “참모들과 주위에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지만 대통령이 결단했다”라는 식의 발표가 많았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나 지지율이 높아서 이를 통해 개별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때나 가능한 레토릭들이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에서는 비정치적 이슈에도 정치적 프레임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신뢰도와 추진력이 저하된다. 낮은 지지율-> 정책 발표->지지율 추가 하락->정책 신뢰 하락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 이렇게 되면 호재는 묻히거나 오래가지 못하고 중립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사소한 말실수 등도 증폭되어 악재가 된다. 대통령의 지방 행사 이후 ‘사진’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극히 좋지 않은 것이 대표적 예다.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된 전주을 한 곳 외에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선거가 대부분이었던 지난 4.5 재보궐 선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보다 보수적 정책을 강화한다거나 개별적으로 중도적 정책을 구현한다고 해서 민심이 급반등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집토끼라도 잡겠다는 전략으로 오히려 강경책을 펼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반감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한 두 달 정도를 기간으로 잡고 일정, 메시지, 이미지 등에서 모두 철저히 낮은 자세를 취해 일단 강한 비토정서를 낮추는 기획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정책과 인사 양면에서 과거와 ‘다름’을 구현하는 식의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것.

현 상황에서 야당은 과감히 중도를 공략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강경한 언행이 당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여권이 곧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김기현, 전광훈, 4.5 재보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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