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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9] 위기의 이재명과 선거개혁 논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2024-04-21 20:25:46
금주에는 임시국회가 열리고, 여야 합의로 연장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계속된다. 하지만 실제 ‘일’과는 거리가 먼 충돌들이 계속될 것이다. 12월 국회, 지금까지의 국정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또한 10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다. 새해에도 작년 말과 별다른 바 없는 모습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 이슈의 무게감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등 지금과 다른 분위기를 추동하는 힘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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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게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다목적 카드, 친윤은?

 

이달에 설날 연휴가 있지만 이례적으로 연초에 임시국회가 소집됐다. 또 여야는 큰 충돌 없이 합의로 국정조사를 연장했다. 외견으론 ‘일하는 국회’이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이미 진행했던 공방을 계속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10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은 여야 갈등의 수위를 높이는 촉매가 될 것이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의혹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국한되어있지 않은 만큼 법적 공방이 잦아드는 계기가 아니라 본격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 대표 역시 “내부총질은 이적행위, 총구는 밖으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 말, 정말 듣기 싫은 말” 등의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출석할 때 지지자들도 검찰 청사 앞에 모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검찰 출석을 계기로 지지층 결집-> 신년 기자회견->정책 중심의 민생행보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다양화 등의 계획표도 내놓고 있다.

야당 내 영향력이 큰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 개시와 유시민 전 장관의 합류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이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해 야당 지지율 확대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스피커 출력을 높일수록 중도층의 반감도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단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고 야권 지지층 전체, 혹은 여당 반대층 내에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도 축소되는 것이 현재 분위기다.

선거구제 개혁 논의도 이런 상황과 연동돼서 전개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초 언론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촉발되고 있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것은 야당 지도부나 이인영 의원 등 야당 중진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는 양당 구조 강화와 정치 기득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라는 논리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비례대표 확대’를 언급할 뿐 선거구제 개혁 자체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피하고 있다.

과거 선거법 논의처럼 이번에도 이해관계 충돌, 현실론, 복잡한 제도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 등의 이유로 실질적 변화가 좌초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상황도 있다. 일단 위성정당을 배태시킨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또한 정권 초 대통령이 의제를 선점함으로 인해 여당 현역 의원들은, 각각의 계산과 별개로, 강하게 반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야당 강경 지지층들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 ‘야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벌써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 주요 인사들의 심드렁한 언급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 반면 야당 원로 그룹, 비주류 정치 신인 그룹 등은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우호적이다.

전선의 축을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 게임의 룰 변경, 판 흔들기로 확장시켜 보면 오히려 이해가 쉬울 수 있다. 과거 대통령들은 대체로 당선 전에는 정치개혁 이슈를 공약하지만, 막상 당선 후 임기 초에는 판은 흔들지 않기를 원하다가 임기 말에 다시 정치개혁 이슈를 꺼내 들면서 동력을 축소시켰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 처한 데다가 여의도 기득권과는 거리가 먼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과 상황이 다르다. 판을 바꾸면 좋고, 판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흔들 수 있다면 실익이 있다. 정치개혁이라는 명분도 선취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야당 주류가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속내인데, 이에 대한 전선이 형성될 경우 기득권-반개혁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 보면 여당 내 친윤 그룹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다. 영남-보수 성향이 주류인 친윤 그룹은 소선거구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이슈를 꺼내 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전당대회 국면이라 언급을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재명, 검찰출석, 선거제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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