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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12] 여권, ‘5대5’ 이슈 뛰어들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 2024-04-23 11:06:37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의 결과를 얻으며 일정을 마쳤고 화물연대 파업도 종료됐지만, 여야는 다시 강 대 강 대치로 돌입했다.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과거 정치권이 통상적으로 연출했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긴장 조절의 리듬이 이번에는 깨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여야의 산적한 중요한 과제들이 덮이게 되고 이는 결국 각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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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신뢰 회복은 기본적 전제 조건

 

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예견된 일이다. 이미 합의한 국정조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일정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두 일정 모두 무거운 것들이지만 냉정히 볼 때 여야 모두 ‘안 되도 큰 손해 볼 것 없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거취는 보수적으로 봐도 7대 3으로 유리한 이슈니 이로 인해 다른 사안들이 무산되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 어차피 국정의 최고 책임은 여당 몫이다’라는 식이다. 반면 대통령실-국민의힘은 ‘이상민 장관 거취 공방에 대한 피로감이 야당에도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이로 인해 우리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 야당에 대한 비호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조, 예산 파탄의 책임 공방에서 꼭 불리하진 않을 것’이라는 식이다. 두 가지 모두 성립은 되는 계산이다. 중도층만 빼놓고 본다면.

대통령실-여당은 화물연대 파업 국면에서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 연금, 교육 개혁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개혁의 필요성이 상당하지만, 이해당사자가 워낙에 많아 반발도 거센 사안들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오히려 추진 동력으로 작용하는 역설적 상황인 것.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5:5로 의견이 엇갈리는 이슈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중도층의 호응도 얻어낼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장의 절반을 버리는 경기 운영은 늘 위험한 법이다. 또한 메시지 관리와 실무 추진에서 정교한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리스크는 배가된다.

만약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통한 메시지 및 실무 능력 정비로 중도층의 (지지가 아니더라도) 신뢰를 일정 정도 회복시켜놓은 이후라면 계산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소간은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꾸로도 가능하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구조개혁 이슈들을 수면 위로 올리고, 언론과 대립 전선을 넓히고, 전당대회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각 사안에 대한 설득력으로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길 포기하고 반대 진영에 대한 반발을 동력으로 삼는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어려움 이상의 감당키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이태원 유가족들에게 무거운 책임감 가져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 대해 좀 더 큰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 져야 할 무한 책임과는 다른 측면이다.

자식을 잃은 참척의 고통을 겪은 유가족들의 언행은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따져 묻는 유가족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서는 민주당은 달라야 한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언행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오히려 유가족들의 부담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유가족들이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공격받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요구를 구현하기 위해선 때로는 협소한 의미의 당사자주의에서 자유로울 필요도 있다.

오히려 정치적 계산이 전략적이고 철저해야 정치적 논란과 시비의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상민,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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