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일본과 협력에 대한 인식틀 등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이번 외교 일정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에 비해 매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중 단독 정상회담에서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견지했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경우 윤 대통령 관저 입주 후 첫 외빈으로 기록됐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일가족 참관하에 ICBM을 발사했다. 최근 연이은 도발은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MBC와 연이은 충돌로 인해 주목도를 스스로 분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자유 등의 본질적 가치 측면 뿐 아니라 이슈 관리와 전략적 목표 설정이라는 실리적 관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 역시 이번 외교 일정 내내 대통령 부인의 일정에 공격을 집중하는 등 즉자적 모습밖에 보이지 못했다. 원내외에 다수 포진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국정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전략적 제언, 대안적 원칙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강성파 인사들이 의전적 일정에 대해서만 바짝 날을 세운 것. 직전 정권을 운영한 원내 다수당에 걸맞다고 보긴 어려운 모습이었다.
뒤집어보면, 현재 국제 정세나 여론 지형 하에선 양당이 큰 틀에선 명확한 외교적 차이를 보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연이은 도발, 중국 시진핑 1인 체제 확립과 점증하는 국내외 반중정서 등이 직면한 조건으로 당분간 큰 변화가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지난 주 법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
흥미로운 것은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 대표와 정진상 실장 관계의 유사성이다. 두 사람 다 내로라하는 측근이고, 두 사람 다 본인이 어려움에 처해 리더에게까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두 사람 다 현재의 위상에 비해 진영 내 인지도나 인기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윤석열-한동훈, 문재인-김경수 조합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각자 진영 내 균열의 소재가 되고 있다.
다만 이재명-정진상은 정치적, 법적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지만 윤석열-이상민 조합을 그 정도까지 보긴 어렵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상민 장관은 물의를 계속 빚으면서 ‘위상’과 대통령의 신임이 올라가고 있다.
어쨌든 이 대표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 뿐 아니라 민주당 내의 이론(異論)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자기 사무실 압수수색 이후 별다른 행보가 없던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며 현 정부에 각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권 입장에선 이 대표 측의 이 같은 공세를 오히려 환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경파가 다시 전면에 서는 계기로 삼는 것과, 실질적 국정운영에 힘을 실으며 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는 것의 차이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