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확실히 힘이 실렸다. 최고 정적 격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이같이 미국의 이니셔티브가 괜찮은 상황에서 아세안-G20 정상회의가 연달아 열린 것.
미국 중간 선거 결과, 북한의 연이은 도발, 중국 시진핑 단일 체제 공고화, 경제 불안정 등 외교 일정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넘친다. 현재까진 윤석열 대통령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정이 무탈하게 진행된다면 대통령 지지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요 일정을 시작하기 직전에 ‘MBC 전용기 탑승 불허’라는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이벤트로 외교 일정의 초점을 스스로 흐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 자유, 민주주의 등 가치와 본질에 대한 측면을 떠나 실리적(?), 단기적 측면에서만 봐도 스스로 핸디캡을 짊어진 것.
이로 인해 대통령실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나 참모들의 실질적 힘에 대한 더 많은 의문을 남기게 됐다. MBC 입장에서 확전을 마다할 리가 없고, 주요 언론들은 자의적 취재활동 제약에 대해 모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계속 메시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 이상민 장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이번 사태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연결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이 장관이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면서 여권 전체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야권이나 비판적 언론과의 힘겨루기로 여긴다면 사태는 장기화할 것이고 여권의 내상도 깊어질 것이다. 벌써 여권의 균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권 내 온건파나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이 기세를 올려서가 아니라 강성 친윤으로 꼽히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 전전 정권 등 역대 거의 모든 정권이 이런 흐름을 통해 민심과 괴리도가 높아졌다.
“밀리면 안 된다” “어차피 반대할 사람들은 이런다고 안 변한다” “지지층을 지켜야 한다” 등은 늘 듣던 레퍼토리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국정 기조가 성찰적으로 되고 운영이 재정비되는 것이 아니라 강성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면? 그 결과를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민주당 역시 부정적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여권이 버티고 있는 것도 민주당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와 ‘다수 민심과 동떨어진 강경론’은 민주당의 양대 약점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 두 약점이 화학적 상호 작용을 일으키면서 거부감을 높이고 있는 것. 정진상 정무실장의 해명이 당 공식 채널을 통해 나가는 것, 당내에서조차 반대가 거센 피해자 명단 공개 문제를 당대표가 연일 직접 언급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강온 역할 분담이 오히려 거꾸로 이뤄지는 듯한 형국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재명 대표는 본인과 당 전체를 위해서 안정감을 되찾아야 한다. 중진들이나 다른 지도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