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 기간이다. 웬만한 공적, 정치적 일정은 올스톱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수습 최우선’을 강조하며 언행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양당은 자체 정치활동, 체육활동, 가을 행사 등을 모두 중단하고 정쟁적 발언을 삼가고 있다. 사고 수습 TF 공동 구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 쪽에 대한 검찰 수사 등도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상황 전개를 예측하긴 어렵다. 본질적으로 국정운영과 국민안전의 최종 책임은 정부여당의 몫이다. 게다가 관할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역시 여당 소속이다. 수습의 책임만큼이나 정치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지금까지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리더십을 구현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거칠게 보면 한국 사회 앞에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먼저 이번 참사가 사회적 재난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 정치권 전체가 수습방안과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자체는 물론이고 그간 못 본 체하거나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던 문제들, 공공 안전, 세대 갈등, 포스트 팬데믹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간 많이 봐왔던 대로 공세와 역공세, 정치적 손익계산을 통해 정치, 이념, 세대 갈등이 더 극심해지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등이 걸었던 걸이다. 냉정히 볼 때 전자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길이고, 두 번째는 익숙하고 탁 트인 길이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한국 사회를 선도할 중립적 권위를 지닌 원로, 시민단체, 언론 등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와 이번 참사를 비견하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일단 이번 사태의 경우 SNS를 통해 발단, 전개, 결말까지 모두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 행정력과 경찰력 행사의 적절성에 대한 조사와 논의는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좁은 의미의 사건 자체는 당일에 종결됐다.
자치단체와 경찰에 대한 책임추궁이 강도 높게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질서유지, 공공 안전, 치안 등을 위한 공권력 강화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질 것이다. 참사 자체,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구급차 진입이 어려웠던 현장 상황이 반복 재생되면서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나 단체들도 ‘통제 실패’를 언급하면서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집회나 시위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질서 유지, 공권력 강화 등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긴데 이를 전통적 사회 보수화의 맥락으로 연결시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