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국감기간에 여야의 갈등과 충돌은 극에 달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을 집중 공략했고, 여당은 전 정부에 대한 공세로 맞불을 놓았다. 이 와중에 전 국방부 장관, 전 해경청장이 구속됐다. 국감 정국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로 검찰과 민주당이 큰 충돌을 벌였고 김용 민주연구원 상근 부원장도 구속됐다.
국감 이후 내년도 예산 및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나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등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해법이 안 보이는 정국이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라는 것이나, 이재명 대표가 적극 수사에 협조하고 민주당은 국정에 전념하라는 것이나 어불성설 이긴 매한가지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합의는커녕 그럴듯한 제안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값이 없는 말, 정보값이 없는 상대의 말을 받아치기 위한 말, ‘실력 없는 실력 행사’만 횡행하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치권 밖의 대형 사건 사고,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안보 이슈, 현재 수준을 뛰어넘는 경제 이슈 정도가 발생해야 정국 분위기 변화가 강제될 것이다.
이로 인해 여야의 중간층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의 장악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런 국면이 끝없이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언젠간 이 국면이 끝나기 마련이다. 현재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이슈가 발생하건, 다른 이슈가 발생하건 다른 국면을 앞당기는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여야 각 당이나 주요 인사 가운데 특히 이재명 대표는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돌파’가 이재명 대표의 주특기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강경대응을 강제당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민주당 구성원들의 입장은 제각각일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은 또 다르다, 전 정부나 야당 대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 한숨 돌리는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한숨을 돌리는 것 자체가 국정운영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경제와 안보 위기를 돌파해야 하고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도 올라가고 총선 승리도 기대할 수 있다.
야당과 갈등이 극대화되면 지지층이 결집한다. 그런데 리스크 역시 더 높아진다. 갈등 전선이 아니라 일의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방어가 어려워지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이로 인해 갈등 전선에서도 밀리게 된다.
야당 입장에서 전선이 하나라면 정부여당은 다층 전선을 맞이하고 있다. 강원도청-레고랜드 발 금융시장 혼선이 대표적 예다. 중국 상황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폭 역시 오롯이 정부여당이 감당해야 할 주요 전선이다. 검찰은 자기 일을 감당할 역량(?)이 모자라 보이진 않는다.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의 역량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