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간의 코로나 국면에서 카카오의 위상과 영향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포털왕국이라 불렸다. 코로나 국면에서 방역 당국 및 지방정부는 각종 공지, 인증 절차 등 여러 서비스를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다. 각급 선거 캠페인 역시 카카오톡을 우회할 순 없었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카카오 사측 역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매출과 이익도 높아졌다. 주가는 그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다른 IT기업과 마찬가지로 카카오 역시 팬데믹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
이같이 카카오의 영향력, 전 사회의 의존도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이번 일이 터진 것. 팬데믹의 퇴조와 더불어 다른 글로벌 IT기업처럼 카카오의 실적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카카오의 경우 물적 분할 이슈, 카카오 택시에 대한 상당한 대중적 반발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PR(publc relations)과 CR(coporate relations) 측면의 대응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요컨대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가 이미지까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안정성 문제라는 본질적 리스크가 터져버린 것. 정부나 정치권이 사태 수습 자체는 독려하고 상당한 도움까지 주겠지만 그와 더불어 카카오에 메스를 들이대려 할 것이다.
서비스 안정성, 보안 등 플랫폼 기업 본연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플랫폼 종속 문제, 재난관리개념의 확대 등에 대한 논의도 곧바로 이어질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플랫폼 자체의 문제나 재난관리 개념의 재정비에 손을 대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가 터진 것도 있고 행정부가 키를 쥘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함이나 미숙함이 드러날 수도 있다. 현 정부는 강력한 무능 프레임에 포획되어 있고 지지층이 허약하기 때문에 본의 아닌 실수나 외부 충격에도 아주 취약하다.
게다가 평소에 보수적 관점에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포털이나 플랫폼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던 인사들이나 정치인이 앞장설 경우 비난의 대상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런 까닭에 당장의 사태 수습 및 향후 정비를 반도체 전문가인 과기부 장관에게 일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적임자를 빨리 찾을 수 있다면 ‘플랫폼 차르’를 세우면 좋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기후변화 대응 차르’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조항이 담긴 IRA 이행까지 지휘하고 있다. 한국판으로 보면 팬데믹 초기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 차르’에 가까웠다.
물론 엉뚱한 사람을 세울 바에는 기존 관료 조직이 조용하게 일을 맡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