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 이준석 전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유승민 전 의원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흐름이 여권 내 ‘비윤 세력화’로 이어질진 미지수다.
이 전 대표와 여권 주류의 갈등에 관한 판단과 별개로 이 전 대표 본인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유 전 의원에게 이어지겠지만 반감도 함께 전이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볼 때 키는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회복한다면 차기 전당대회는 총선 승리 적임자를 가리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해 지지율이 한 단계 더 하락한다면 대통령과 여권 주류를 향한 비난 여론 역시 더 높아질 것이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 ‘비윤 세력화’에 힘이 붙을 것이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주류 진영의 무리수가 속출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대통령실/여권의 위기는 안보나 경제 등 환경적 요인보다는 ‘스타일’, 실무능력 등 내적 요인이 압도적이다. 환경적 어려움의 경우 내적 긴장감을 높여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모든 격벽이 무너져버리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할 것이다.
안보 이슈가 부각되는 국면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친일 국방’ 프레임을 띄웠다. 동해상의 한미일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로 규정했다.
최근 이 대표는 사정당국 압박에 대한 대응이나 여권에 대한 공세는 당이 집중하게 하는 대신 본인은 민생에 주력하는 ‘투트랙’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메시지와 일정도 다소간 변한 느낌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을 매개로 다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
이 대표의 전략이 무엇인지와 별개로 그다지 좋은 반응을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당내 호응도 미적지근해 보인다.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 등이 지원사격을 가하고 있지만 당 전체가 힘을 보태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여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째, 현재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 둘째, 조국 전 장관으로 상징되는 구 여권의 ‘죽창가’ 식 반일 드라이브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점. 셋째, 한미일 연합훈련은 지난 정부에서도 진행됐고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도 ‘지소미아’가 유지되는 등 한미일 군사협력은 과거 민주당 정부에도 해당한다는 점 등이 그 요인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전문적, 전략적 판단과 별개로, 국민여론이 반일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지속적 압박, 점증하는 반중 정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과 등과 연결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좀 더 궁극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