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박 7일, 꼬박 1주일간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끝내고 지난 24일 밤 귀국했다. 대통령실은 ‘가치외교·경제외교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내외적 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
이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와 언론, 대중들이 이미 다양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있다. 애초 영국 여왕 장례식과 유엔 총회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진 초대형 다자 행사로 만만한 일정이 아니었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준비는 철저히 하되 사전 홍보는 보수적으로 진행해 기대수준을 과도하게 높여놓지 않은 다음 망 외의 성과를 거두는 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실제 진행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국내 정치의 난맥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외교 이벤트로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가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전략과 실무의 정교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의지가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히고 내부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작동했다.
또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대중의 정보접근 통로 다양화 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메시지나 일정 수행이 매끈하게 정리된 브리핑의 형태로 전달되기 어려워진 지 이미 오래다. 비의도적 노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사후 대응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이 해당 국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 대응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실력과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노출됐다. 이런 상황이 이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정의 되먹임 구조다.
‘의도’와 별개로 문제점이 노출됐다면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파장을 낮추고 실질적 해결에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하는 것….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라는 귀국 후 일성을 내놓았다.
파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진상 규명’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실질적 해결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권에 대한 비판은 정무, 홍보, 인사 등에 집중됐었다. 외교나 경제 파트의 경우 논쟁은 많았지만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외교안보 파트로 불이 옮겨붙었다. 경제파트도 안전지대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격벽’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한국 정치를 보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밀릴 수 없다’, ‘지지층을 먼저 지켜야 한다’라는 등의 이유로 강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체로 좋지 않은 결과가 많이 나왔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대응들은 사실 강공도 아니다. 수세 국면에서 탈출해 판을 바꿀 기획력과 실행력 부재를 자인하는 수비전술일 뿐이다.
만에 하나, 어쩔 수 없이 ‘강공’을 선택하더라도 그 기간은 최소화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 ‘강공’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대적 대립의 강화로 인한 감정적 고양, 내부 강경파의 득세, 후속 전략 부재 등의 이유로 인해 ‘강공’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