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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9/19] ‘영빈관 878억’ 논란이 드러낸 두 가지 문제 2024-04-22 08:18:28
삐거덕거림이 계속되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초대형 태풍 힌남노의 강타와 복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서거 등으로 잠깐 ‘민생과 외교’가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는가 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기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리위 재회부, 영빈관 졸속 추진 파동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이 재개되고 있다. 정기국회 개원과 국정감사 등도 오히려 혼란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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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클러스터’ 덮어놓으면 대선 때 재점화될 것

 

힌남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 대통령실 일부 인적 쇄신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을 멈추고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도 대체로 ‘톤다운’되고 이준석 대표의 연이은 날 선 발언에 대한 역치와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대통령실이 다소 ‘탈정치’의 느낌을 주고 있는 것. 영국 여왕의 서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조문 순방 출국 역시 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큰 흐름의 변화를 추동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주말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을 둘러싼 혼란상이 대표적 예다. 878억 원 규모의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고 비난이 쏟아지자 대통령의 결단 형식으로 ‘전면 철회’가 결정된 것.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의 경우 “대통령실의 업무 방식과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고 썼다. 다른 언론이나 정치권 전반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이런 혼선은 예견된 일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결정-추진된 시점, 최소한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청와대 개방 직후에는 ‘용산 클러스터’의 플랜이 나왔어야 했다.

집무실과 관저 ‘이사’ 차원을 넘어서는 국정 컨트럴 타워 전반의 구축, 국가 랜드마크 구성 등을 미군기지 환수와 연결하고 이를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기획으로 시작했었어야 한다는 것. 이 기획과 완료 자체가 현 정부 내에서 완료되기 어려운 것으로, 광화문 600년을 넘어서는 용산 시대를 여는 장대한 사업의 시작이 돼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용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돈 들 일 없다’라는 언명 외엔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영빈관 878억 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둘째, 영빈관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과거 대통령 전용기 도입 논란과 마찬가지로 그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수긍이 가는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당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여론 정지 작업도 없이 대통령실 내에서도 ‘보안’이 지켜진 채 기재부와 협의만 거쳐 기습적으로 예산이 제출된 것. 중장기적인 기획의 면에서도 단기적인 정무적 대응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 문제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대통령실 청사는 그 외관이나 상징성 면에서 문제가 많다. 그 주변 역시 상당한 역사성을 가진 ‘안보 클러스터’이지 ‘국정 컨트럴타워 클러스터’라 하기 어렵다. 영빈관 철회로 인해 용산 클러스터에 대한 기획을 덮어둔다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실 재이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번 문제는 대통령실의 장기적 관점과 기획 부재, 다시 말해 정치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실 분위기나 인적 구성으로는 이 같은 일이 중단되기 힘들 것 같다. 국가 비전 설정, 갈등 감수가 필요한 개혁 추진, 대야 관계 정상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스타일의 부활, 예견된 일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예상된 길을 가고 있다. 검찰의 예견된 기소, 예견된 방어막, 김건희 여사에 집중하는 역공 등이 그러하다. 새 대표 체제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는 점도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민주당은 민생을 강조하는 투트랙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민생은 ‘쌀값 폭락 지원 의무화법 단독 추진’처럼 의석수 우위를 활용한 밀어붙이기로 외화되고 있다. 부작용이나 반발이 있더라도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이재명 대표 원래의 스타일이 되살아나는 것. 이미 지지율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생존’과 ‘돌파’가 목표로 설정되어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이런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영빈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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