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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9/30] ‘결집’과 ‘중도층과 괴리’는 뫼비우스의 띠 2024-04-23 19:08:21
서초동 검찰청 앞 촛불시위에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이 주요 슬로건이었고 ‘윤석열 퇴진’, ‘공수처 설치’ 등도 뒤따랐다. 이 촛불은 위력, 의미, 한계가 모두 분명해 보인다. 단기적 영향과 중장기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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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 축소vs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논쟁 재점화

 

유엔 총회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검찰에 대한 것이었다.

조국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장관은 장관이 일’을 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두 ‘일’의 충돌을 예견하긴 어렵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등에 관련된 이야기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알아서 해석하라”고 답했다.

이어 대검 앞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여당 의원들도 참여하고, 전직 의원이 단상에선 이 집회에서 윤석열 퇴진 구호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현재 검찰 수뇌부가 적폐로 지목된 이 집회의 기류는 조국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같은 지붕 아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류가 청와대와 여당, 지지자의 컨센서스라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했듯이 문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규정되어있지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가 약간 복잡할 뿐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윤 총장에게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엄청난 역풍이 불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조국 장관이 장관직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검찰이지만 막상 청와대도 현실적으로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 보인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이사장이 윤석열 총장을 향해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하면서도 “지금 상황을 되돌아보고 합리적 판단과 법에 맞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데 그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검찰의 과도한 권한 축소’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검찰개혁의 두 핵심 가치로 돌아가게 된다. 현 정부와 문 대통령은 출범 전부터 이 두 가치를 구현할 것을 천명했었다. 적폐청산 과정에서는 후자를 강조하며 전자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었다.

검찰개혁은 국민, 정치권, 정부 그리고 검찰까지 다같이 숙의해야 할 과제지만 현재 양상은 조국수호와 결합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크다. 이 목소리의 크기는 검찰을 압도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개혁의 제도화와 합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다.

 

당청, 결집파 따라갈 것인지 고민 필요

 

일도양단할 수 없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조국 외의 다른 현안에도 대처해야 한다. 검찰개혁 동력을 선거법 개정이나 다른 국정난제 해결의 동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회로를 만드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지지층 결집은 단기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특히 여권 장악력을 유지 강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결집’과 ‘중도층과 괴리’는 뫼비우스의 띠나 마찬가지다.

결집과 확장 부족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들인 정봉주, 정청래, 최민희 전 의원이 서초동 촛불집회 단상에 올라선 것은 상당히 징후적 현상이다. 이는 내주 촛불집회 규모가 더 커진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여당 내 ‘결집파’들은 이 흐름을 총선 공천 때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다.

지도부나 전략단위에선 좀 더 넓고 멀리 바라보겠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전환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장단기적 목표 재설정, 우선순위 정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조국, 촛불집회,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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