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의제와 전략 > 이주의 전망
[이주의 전망 9/23] ‘조국 없으면’인가? ‘조국 때문에’인가? 2024-04-24 02:27:48
조국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던 것들이 모두 되돌아오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의 의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동일시되는 정치적 상징성, 중간층보다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언행, 민정수석 재직 당시 특수부 위주로 검찰 권한을 확장시켜 놓은 것 등이 모두 문제가 되고 있다. 가족 의혹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 터지는 문제들은 이미 예견됐던 리스크란 이야기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this article :

지지층 결집이 반대층을 확장시키는 형국

 

조국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준비된 ‘장관 지시’ 사항들을 쏟아냈다. 피의사실 공표 제한을 골자로 하는 수사공보준칙,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특수부 축소) 등. 입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와 장관의 의지만 뒷받침되면 금방 현실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금방 여론의 싸늘한 반응에 부딪혔다. 여권 내에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나같이 조 장관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정수석 시절에는 왜 그렇게 안 했냐?”, “지금 정부가 내놓은 검경수사권조정안에도 특수부를 제어하는 내용은 없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요컨대 ‘조국이 없으면’ 검찰개혁을 못하는 게 아니라 ‘조국 때문에’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여권 다수와 지지층이 조국 장관을 엄호하는 명분으로 제기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이지만 그에 대한 호응이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당청은 임명장 수여,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조 장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돌아서지는 않더라도 약간은 식을 것으로 예측한 것 같다. 결집하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기대도 깔려있음직 하다. 그런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동원된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동일시는 중도층 및 보수층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력을 동원하면 할수록 전선이 커지고 있는 것. 이제부터 전력을 더 끌어 모은다고 해서 반대편을 압도하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상대편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달 19일 [이주의전망]을 통해 “여권은 시야를 좀 더 넓혀서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조 후보자 개인 방어 여부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총선, 나아가 정권 후반부 국정운영에서 어떤 가치를 축으로 삼고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이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당과 지지율 격차가 큰 지금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나는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고 ‘조 후보자’가 ‘조 장관’으로 바뀌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한달 전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점만 더 확실해졌다.

 

야당, ‘포스트 조국’에 대한 기획 있나?

 

한국당을 필두로 한 야당은 여전히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반사이익을 얻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밑 빠진 독에라도 물을 퍼부으면 조금씩 차긴 차는 형국이다.

하지만 물이 차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면 곧 그 물은 다 새고 말 것이다. 조 장관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여권은 비경제적 분야에서 개혁-혁신을 총선의 승부처로 삼고 있었다. 조 장관 이슈가 터졌기 때문에 조직, 인물의 혁신에 힘을 더 실을 것이 틀림없다.

이해찬, 원혜영 등이 선도하는 불출마 선언, 그리고 김현미, 유은혜 장관의 불출마설은 원로-중진급과 86세대에 대한 커트라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권에서건 여권은 비정치적 인물 수혈에 있어선 야당에 비해 강점을 지니기 마련이다.

‘공천에 집착하며 삭발하는 야당 vs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버리는 여당 프레임’이 형성된다면 야당의 상승 조짐은 금방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야당은 ‘삭발 이후’, ‘조국 이후’에 대한 기획이 있는지 자문해야 할 때다. 요행을 바라는 천수답식 정치가 오래갈 리가 없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조국, 삭발

float_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