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의제와 전략 > 이주의 전망
[이주의 전망 4/16] 여권,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2024-04-23 21:46:59
우리는 지난 2주간 여권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표면으로 드러난 것도 있었고 수면 아래 엿보이는 것도 있었다. 무릇 정치적 흐름이란 관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견되다 해도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시그널이 보인다고 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문제점이 발견돼도 즉각적으로 교정하기도 어렵다. 바로잡으려는 시도들이 내부 강경파나 낙관주의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기 일쑤다. 바로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하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this article :

낙관론과 강경론의 결합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여권에서 악재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등장인물의 상징성과 무게감이 크다. 단발성도 아니다.

 김기식 금감원장의 경우 여권은 불법 여부로 좁히자는 입장이지만 그 입장이 먹혀들지 의문이다. 김 원장이 자리를 지킨다한들 ‘내로남불’, ‘위선’ 프레임은 여권 전반의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공작’, ‘수구기득권세력의 반발’이라는 대응 논리 역시 핵심 지지층 밖으로 소구력을 확장시켜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더 어렵다. 여권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에 대한 악의적 댓글 조작’으로 좁히자는 입장이지만 그 역시 위의 사안과 마찬가지다.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과 논의해 정부 비난 여론을 증폭시켰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 내에서도 그렇다. 대선 시기를 포함해 그 이전에 비밀 점조직들이 여론 형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 그 과정에 여권이 연루되었느냐가 핵심일 것이다.

 김경수 의원을 비롯한 여러 여권 인사들은 ‘어느 시점에서 부터인가 드루킹이 무리한 요구를 해왔고 이를 거절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 어느 시점 이전에는 어떤 관계였냐’, ‘무리한 요구가 아닌 요구들은 무엇이었냐’ 등의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온라인 공간에 드루킹의 흔적은 무수하다.

 또한 ‘드루킹 사건’은 여권에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온라인 활동이 왕성하고, 영향력을 점점 높이고 있는 ‘여권 성향 인터넷 유명인사’들과 관계 설정 문제가 그것이다.

 ‘드루킹’처럼 직접적 불법행위가 드러난 사람은 없지만, 온라인파워를 바탕으로 여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은 많다. 그 부작용에 대해 경고음이 들어온 지도 오래다. 이들이 주로 야권과 보수진영에 비판적이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한다고 해서 그들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점점 커질 것이다. 그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편승, ‘활용’에 대한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은 ‘조중동’이나 ‘수구기득권’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본질적 성찰과 변화가 없다면 이번 일을 넘긴다고 해도, 아니 이번 일을 넘길 경우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다.

 MB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정국’이라는 정권 초반 위기의 본질을 ‘좌파의 저항’으로 규정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정윤회, 최순실에 대한 경고음’을 ‘권력 누수와 기강해이’로 규정했었다. 그 이후 전개와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이 견고한 이 시점은 전반적인 재정비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일정 부분의 손실을 감수할 여력도 있다. 하지만 낙관론이나 강경론이 대세가 된다면 점점 안 좋아질 것이다. 체감상, 8대2 정도의 사회분위기가 지금 6대4 정도로 바뀌었다. ‘우리 빼고 다 적이다. 우리 내에서도 흔들리는 자들은 이적세력이다’라는 프레임이 가동되면 5대5의 대립적 구도가 부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드루킹, 김경수

float_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