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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기반의 창업이 보다 더 절실한 이유 2017-11-19 02:38:00
수많은 값싼 아이디어로 각종 공모전을 기웃거리는 젊은 층도 걱정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도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가 IT 영역에서 보다 의미 있는 창업 지원 활동을 하겠다면 기술력 있는 팀을 발굴하거나 기술 분야의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게 유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냥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있지도 않는 인문학적 상상력 운운하거나, 창조적 발상 같은 허상을 갖고 전쟁터로 나오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상기(steve3034@gmail.com)
소셜컴퓨팅 연구소장/세종대 ES 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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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다시 글로벌 K-스타트업 참가팀에 대한 심사를 하게 된다. 이번에는 900 여 팀이나 응모 했다고 한다. 매년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하는 역할은 심사와 멘토링이다. 구글이나 에버노트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 정부에 의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도 청년실업 해결방안 중 하나로 창업을 크게 권장하고 있다. 수많은 창업 지원, 창업 투자 프로그램을 각 부처에서 실행하고 경쟁적으로 창업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심사하러 가거나 멘토링을 제안 받아서 가보면 이런 프로그램들의 수준뿐만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팀들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의 다양한 액셀러레이터를 방문하고 국내외의 벤처 캐피털을 만나보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창업 열풍은 큰 방향에서 잘못되고 있다.

 

아이디어 창업? IT의 T는 기술이다

가장 큰 부족함은 기술적 탁월성이 턱없이 부족한 아이디어 중심이라는 것이다. 여기 저기 신문 기사를 보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도 자금 지원을 못 받는다는 얘기, 공모전 수상을 통해 아이디어의 수준이 검증되었는데도 멘토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얘기 등의 불만이 나온다. 그러나 내가 보면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더 나아가서 기술적 탁월성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무 생각이나 준비를 하지 않은 팀이 더 많은 상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뛰어난 기업이나 높이 평가받는 스타트업은 모두 초기에 남과는 뚜렷이 다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출발했으며, 대부분은 그 분야의 전공을 한 사람들이다. 물론, 단순히 전공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중퇴자를 언급하는데, 대부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들어가 뛰어난 실력을 보이다가 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중퇴한 것이지, 엉터리 중퇴자가 아니다.

 

작년에 구글의 기업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디렉터인 메리 그로브를 만나서 한국의 창업 환경을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얘기한 점은 두 가지였다. 지금의 열기는 닷컴 붐에 비해 보다 차분하고 현실적이다. 또 다른 차이는 외국 경험을 가진 젊은 세대의 창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거나, 적어도 언어 장벽이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전공자의 비중이 줄고 있고, 기술은 쉽게 구할 수 있거나 구현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 늘고 있다는 우려를 얘기했다.

심사 과정에서 본인의 아이디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 것인지, 또는 그 기술의 탁월성이나 팀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상당수가 대답을 주저한다. 결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심사단을 거치면서 대부분 기술적 탁월성을 갖는 팀이 최종 선정 된다.

젊은 세대가 뛰어난 아이디어만 가져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적어도 IT 분야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신념을 심어주는 위험한 발상이다. IT의 T는 기술이다. 그리고 기술적 차별성과 탁월함이 없는 그 어떤 IT 기업도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매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선점을 하는 방식을 얘기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대부분 사용자 확보와 시장 창출을 위해 매우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소위 트랙션이라고 말하는 실적을 보고자 한다. 실제 시장에서, 실제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는가에 대한 지표를 확인해야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국내 창업 지원은 많아지는데 1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부분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일 그 팀이 매우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거나 개발할 능력이 있다면 많은 투자자는 실적이나 증거 없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IT 창업

삼성이 밀크 뮤직이나 삼성 페이를 돈을 받지 않고 제공하겠다는 것은 그 정도 비용을 들여서 자사 서비스의 고객을 일단 만들고, 고객 수가 몇 천만을 넘어서면 어떤 방식이든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스타트업이 구사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모델이다. 미국의 대자본이 밀어주는 방식이라면 몰라도 이건 국내에서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수많은 값싼 아이디어로 각종 공모전을 기웃거리는 젊은 층도 걱정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도 매우 우려스럽다. 미국에서도 창업 단계에 투자 받은 후 첫 번째 투자라는 시리즈 A의 투자를 받는 비율이 40% 이하이다. 더군다나 투자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개월이라고 한다. 그 다음 투자인 시리즈 B로 가면 상황은 급속히 나빠진다. 유럽과 미국에서조차 투자 받는 비율은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IT 창업은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영역이다. 운영하면서 돈을 벌어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는 투자자의 모험을 통해 몇 년 동안 회사의 역량을 키우고, 고객을 끌어들여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 역량이 바로 기술에 의한 차별화와 탁월함이며, 이것이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핵심 역량이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은 스탠포드 학생 시절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부족하다 생각해 다른 전공을 했지만 계속 코딩 공부를 했다. CEO가 프로그래밍을 모르고, 컴퓨팅 마인드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IT 분야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이 갖는 특징이다.

 

기술력 있는 창업, 기술 분야 인재의 창업 지원해야

정부가 IT 영역에서 보다 의미 있는 창업 지원 활동을 하겠다면 기술력 있는 팀을 발굴하거나 기술 분야의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게 유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냥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있지도 않는 인문학적 상상력 운운하거나, 창조적 발상 같은 허상을 갖고 전쟁터로 나오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쟁터에 나오려면 적어도 쓸 만한 무기는 갖고 나오게 만들어야 하고, 기술력 있는 인재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게 만들 것인 가를 고민해야지, 영업이나 마케팅, 법률 지원, 해외 진출 지원 같은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해커톤, 개발자 대회 같은 기술 인력이 모여들고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개발 인력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개발 경력을 가진 창업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자가 보다 기술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부문에 도전하는 것이 더 유리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키워드 / 태그 : 글로벌 K-스타트업, IT,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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