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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의 4.6%가 용처 깜깜한 쌈짓돈
19대 국회가 규정도 없이 이른바 ‘특수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최근 3년간 매년 250억원을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중앙SUNDAY가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공동으로 국회의 2014~2016년 3년치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의 사업별 내역을 입수해 예비금(예비비)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조현욱 상임이사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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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규정도 없이 이른바 ‘특수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최근 3년간 매년 250억원을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중앙SUNDAY가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공동으로 국회의 2014~2016년 3년치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의 사업별 내역을 입수해 예비금(예비비)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세 항목은 내년도 국회 예산에 총 252억3800만원 반영됐다. 이는 국회 전체 예산(5514억원)의 4.6%에 달하는 규모다. 항목별로는 ▶예비금 13억원 ▶특수활동비 72억9700만원 ▶특정업무경비 166억4100만원이다. 이 중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국회가 하는 47개 사업별로 분산돼 예산이 각각 반영돼 있다.

예비금과 특수활동비는 별도의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 없이 모두 현금으로 지급된다. 국회 예비금은 19대 국회 출범 이후 매년 13억원씩 편성돼 왔다. 국회법에 근거해 편성·운용되는 예산이지만 지출 용도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민경 국회 부대변인은 “예비금은 의장이 의정 현장을 방문할 때 격려금 등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한 전직 국회의장 보좌관은 “의원마다 의장에게 예비금을 달라고 아우성이어서 이를 분배하는 게 골치였다”고 말했다.

결산도 하나마나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달 17일 회의에서 ‘2015년도 국회 소관 예비금 지출보고 및 지출동의의 건’을 가결하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은 비공개다.

특정업무경비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특수활동비와 똑같이 ‘특정한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매년 1월 기재부에 집행계획을 통보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국회는 이를 무시해왔다.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 국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관련 내역을 한 번도 기재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조현욱 더모아 상임이사는 “규정도 없이 제멋대로 쓰는 데다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들 3개 항목은 국회 내에서 대표적인 쌈짓돈으로 꼽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길은 없다. 집행 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도 아예 없다. 국회사무처는 “항목별 집행계획과 세부집행 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회 본연의 의정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에 위배된다. 대법원은 2004년 10월 28일 “국회예비금, 위원회 활동비 및 국회의원 해외여행 관련 예산집행 서류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제일 법을 안 지킨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며 “비공개 항목을 최소화하고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줄여 국회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무법지대처럼 운영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국회법은 총 상임위 운영 등 18개 사항에 대해 ‘국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지금까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된 국회규칙은 11개 항뿐이다. 1994년 설립된 정보위는 아직까지 20년 넘도록 위원회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한 규칙이 없는 상태다. 홍 교수는 “20대 국회에선 국회법을 안 지키면 처벌할 수 있도록 강제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키워드 / 태그 : 국회, 예산, 예비금,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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