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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기자회견, "잘 하고 있냐" 묻는데 "열심히는 한다"대답 2017-11-19 02:35:33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정치인 박근혜가 '사심 없음'과 '애국심', '진정성' 등의 덕목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왔다면 3년차 대통령 박근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것도 '실력 발휘'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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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 째로 질의응답이 포함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문제 의식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직접 말하게 됨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통령의 실력이 어느 정도냐는 것에 대해서다. 정치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외교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들으면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중요한 것인데, 현재까지 야당은 주로 "대통령이 비민주적이다" 등의 이유로 첫 번째 관점에서 국정운영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인해 앞으로는 두 번째 관점에 대한 논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 대해선 거침없어…가이드라인 논란 재점화될 듯


이날 박 대통령은 가장 까다로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청와대의 난맥상 등에 대해선 거침없이 말했다. 상당한 확신이 깔려있었던 지라 목소리의 톤도 높고 강했다.

이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먼저 모두발언에서 "특히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습니다"는 단 한 문장을 할애하는데 그쳤다. 사과나 유감이라는 단어 대신 '송구스럽다'는 어휘를 선택한 것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생각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서도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이간질시켜 어부지리 노리는 그런 데 말려든 것 아니냐. 바보같은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 앞에서 친동생을 사실상 질타했다. 반면 정윤회씨와 이른바 삼인방에 대해선 "정윤회 씨는 수년 전 저를 떠나 국정 가까이에 온 적이 없다",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것이라 믿었는데 진짜 없구나 하고 확인했다"고 굳은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이밖에 개헌논의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고 당청 갈등에 대한 질문엔 웃음까지 지어가며 "지금도 친박, 그런 얘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걸 언제 떼어내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검찰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최순실 씨를 소환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 의혹을 "터무니없이 조작이 된 이야기"로 규정한 것은 다시금 가이드라인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언론 자유 저하를 우려하는 외신 기자의 질문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일축한 것도 너무 과도한 답변이었다.

전반적으로, '혹여'하는 기대와는 틀리지만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통령은 예측됐던 사안들을 본인의 입으로 확인시켜줌으로 향후 정국 운영과 정치 스타일이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여야간 당청간 갈등은 장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어째든 대통령은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김기춘 실장과 '3인방' 등에게 다시 힘이 실릴 것이고 청와대의 혼선도 잦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의 핵심적 지지층인 보수, 노년층은 물론 여당 내 친박계에 명확한 시그널을 준 것이고 이들도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전공과목'은 역시 정치라는 것을 보여줬다.

경제, 42번 말해도 임팩트는 없었다


경제, 사회, 외교 등 국정 운영 항목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모습은 정치 분야에 대한 그것과 너무나 달랐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람 입장에선 찬반을 떠나 신뢰와 실력이라는 항목에서 크게 물음표를 붙일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 부분이 국정 운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이날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42번이나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질의 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대통령 자신의 경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들은 논점이 있는 것들이었고 토론이 가능한 지점들을 남겨줬지만 경제에 대해선 그렇지 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지금은 경제 골든타임"이라고 답하는 등 경제 우선주의를 내세우긴 했지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나와있는대로" "담당 기관과 잘 협의해서" 등의 답으로 일관했다.

디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해선 "(물가상승률이)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으로까지 가진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는데 방향은 옳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말해 경제주체들의 우려를 불식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지방분권, 노동시장 구조개혁, 균형인사, 수도권 규제 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쓸만한 답을 찾을 순 없었다.

다만 남북 관계에 대해서 정상회담및 대북전단과 관련해 북에 대해 자극적이거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핵화 문제를 중요하게 언급하면서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없다"고 말한 것은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실력' 바라는 국민에 '진정성'으로 답하는 대통령의 엇박자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경제, 외교를 망라하는 국정운영 비전을 보여줘야하는 자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그것은, 최근 청와대 발 혼선 등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내용이 없었다.

모두 발언에서 "제조업 혁신 3.0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등의 새로운 이야기를 포함한 경제 이야기가 많았지만 질의응답에선 그 강조점이 이어지지 않았다.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 면모를 보여줬지만 한일관계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문제 등 국제 관계에 대한 새로운 문제 의식도 드러나지 않았다.

경제나 외교 문제에 대해 새로운 비전이나 계획을 보여주면 오히려 정치적으로도 의제전환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이날 대통령 기자회견을 본 사람들 뇌리에는 대통령이 실세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다시 힘을 실어주고 의혹을 제기한 측에 대해선 "터무니 없다"고 한 대목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내심이 가장 드러난 부분은 "친인척이나 측근의 권력 남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얼마나 그런 일이 많았나. 이권에 개입하고 엄청난 비리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역대 정권마다 그랬는데"가 아닐까도 싶다. '나는 과거 대통령들과 다르다. 친인척과 측근이 뒷돈을 받거나 권력을 남용한 증거가 어디있냐, 심지어 동생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

현재까진 그럴 수 있다. 정윤회 의혹에서도 구체화된 것은 문화체육부 인사 개입 정도 밖에 없다고 볼 수 도 있다. 직계가족도 없는 박 대통령의 '애국심'은 아마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강할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정치인 박근혜가 '사심 없음'과 '애국심', '진정성' 등의 덕목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왔다면 3년차 대통령 박근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것도 '실력 발휘'다. 하지만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가지회견에서 국민들의 기대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과 대통령의 엇박자가 지속되면 서로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각을 파악해 진짜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사심' 여부와 '애국심'의 진위에만 매달리는 야당이 가세하면 더 그렇다.
키워드 / 태그 : 박근혜, 2015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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