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까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진행했다. 투명성과 개방성, 효능감 등이 그 장점으로 꼽힌 반면 지엽말단에 대한 만기친람, 감정적 공박과 적잖은 오류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선 어차피 좋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현재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에는 애초의 대통령 지지자들 뿐 아니라 전임자와의 상대평가 등으로 긍정적인 점수를 주는 중도층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환단고기 논란이나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공박, 대통령이 극찬한 ‘콩GPT’ 국장의 거침없는 답변의 오류가 드러난 것 등은 중도층에겐 감점 요인이 된다.
업무보고에 대한 세세한 평가와 별개로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는 더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도 순발력과 적응력이 장점인 이 대통령 입장에선 업무가 점점 손에 익고 각종 인사 진행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여권에 대한 구심력 역시 마찬가지다.
1인1표제 당헌개정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되고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칭찬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급등 등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경선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여주고 있다. 강성 당원에 대한 소구 경쟁이 잦아들진 않겠지만 ‘명심’이 가장 큰 팩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또한 이제는 ‘내란척결’ 등 전임자 관련 사안보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본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에 대해선 좋지 않은 조짐이 적지 않다. 연내 발표를 예고했던 부동산 대책이 미뤄지는 분위기, 통일부와 외교부/국가안보실과 이해하기 힘든 갈등의 지속 등이 대표적 예다. 또 통일교 문제로 인한 전재수 전 장관의 사퇴 등 여권 인사들의 부패 이슈 등도 간헐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는 물론 여권 전반에 대한 분위기 쇄신도 필요하다. 이는 농림부 차관에 대한 면직이나 헌법존중 TF 가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에 대한 임명이 신속히 진행된다면 상당한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쳐내기와 외연확장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전략을 구현하다면 더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국힘이 혼란을 겪는 사이 그래도 전망이 괜찮은 편이던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분위기도 상당히 나빠졌다. 세종을 제외하곤 국힘 광역단체장들이 수권중이고 민주당 주자가 마땅치 않은 충청권 역시 이 대통령이 행정구역 통합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해수부 이전-HMM정상화-북극항로 개척과 연동되는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카드는 타격을 입었지만 여권 입장에선 다른 전략을 준비할 여력과 시간이 충분하다.
장동혁 대표나 나경원 지방선거기획단장은 지지층을 단단히 한 후 정책을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야당이, 특히 현재 국힘의 인적 수준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중도층에 어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계획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대구경북 지역의 경선이 과열되고 그 분위기가 퍼진다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