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에도 정부와 여당간 엇박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최근 정청래 대표는 발언의 양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는 등 어느 정도 조율이 나타나는 기미도 보인다. 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 최민희 과방위원장, 서영교 의원 등 강경파 중진 의원들의 언행이 여전히 거칠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의 온도차 혹은 엇박자는 의도적이고 전략적이기 보다는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여당의 정치 문화/구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여권에서는 특검, 각종 ‘개혁 법안’이 정리되는 연말 이후에 이런 현상이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방 선거 공천을 향한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이런 거친 언행들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
이런 흐름의 부작용들은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의 경우 여야 의석수가 2대1 수준인데다가 현 정부 출범 후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고, 내란 특검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여당이 야당을 압도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정부여당이 고전 중이다. 법사위, 과방위 등의 거친 언행이 중도층에 거부감을 주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이슈는 주목도가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부동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서버 화재, 캄보디아 이슈 등 국정운영과 관련되는 것들이 불거지고, 김현지 실장 이슈 등 대통령실이 내포하고 있는 리스크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부동산 이슈의 재점화는 여러모로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불거졌던 반복된 규제와 수도권 부동산 폭등의 동반 조짐이 재연되고 있는 것. 게다가 정부 정책 방향이나 주장과 배치되는 고위 관료들과 여당 정치인의 내로남불적 행태도 닮은꼴이다. 실력과 진정성 양면에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이런 까닭에 정부 여당의 지지율의 좋지 않은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더불어 대통령이 보증한 백해룡 경정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 등은 검찰개혁의 실질적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년 선거 수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한동훈 전 대표의 여러 활동이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스탠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는 납득하기 힘들다.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웁시다” 같은 메시지는 장 대표 본인이 그 면회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강하게 부여한 것.
장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역사·문화·체제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면 정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여태껏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면서 “문화·역사전쟁이 체제전쟁의 본질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지기반으로 여기는 강성 우파에 대해 소구하는 언행으로 이는 야당의 리스크이자 여권 입장에서 기회요인이다.
각자가 유투버를 등에 업고 이념, 윤석열에 대한 평가 등의 전선을 치고 난타전을 벌인다면 그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