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검찰개혁의 속도와 그 양태에 대해 정청래 대표 등과 대통령실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이후 특검법-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과 정 대표의 가세, 대통령실의 수용으로 인해 파기됐다.
특정 정책에 대해 강온 양론이 대립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방향성 및 그 방향성이 현실 정치에서 구현되는 양상은 반(反)정치적이다. 법무부나 민주당 내에서 ‘검찰개혁’과 범죄 대응 능력을 연동시켜 고민하면 ‘수박’으로 규정 당하게 된다. 특검법 합의 역시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현 특검의 강력한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더 늘리지 말자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야합’이 된다.
즉 그 고민의 구체적 내용이나 현실적용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협의’, ‘숙고’, ‘합의’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대와 투쟁의 대상은 상대 진영이 아니게 된다. 이미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존재감은 떨어졌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야당 장동혁-송언석 지도부 역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전광훈-전한길류의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들도 꽤 잠잠해졌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총선을 전후해 ‘일극체제’가 됐지만 여권 내부의 온건파, 대화파가 ‘수박’으로 타깃팅 되는 구조다. 정성호 법무장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김병기 원내대표가 벌써 ‘수박’이 되어버렸다.
지난 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토요일인 그다음 날에는 강릉 가뭄 현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은 당분간 국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오늘 밝혔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 이후 2주간 여권 내부 갈등이 더 크게 불거졌다. 미국 조지아주 사태 등은 심각한 일이지만 오히려 대통령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여야 원내대표 협상(타결)->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는 일정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설계됐겠지만 헝클어졌다.
오히려 ‘내란특별재판부’ ‘대법원장 자진 사퇴’ 등 여권 내부에서도 과도하다고 여겨졌던 의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중요한 자리에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임명된다, 그 사람이 적절한 인사인지를 가리는 논쟁을 넘어서는 것이다. 게다가 야당이 일정 정도의 버퍼존을 형성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는 점은 야당의 문제기도 하지만 여당의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다. 예컨대 여권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대법원장이 사퇴한다면?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장이 들어서고 그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에 호흡을 맞추고 실제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면? 아마 그 과정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것이고, 현실적으로 시간도 오래 걸려 향후 각급 당내 경선과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다. 국민통합, ‘내란종식’과 거리가 더 멀어진다는 이야기다. 미국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책적 난제 등과 겹쳐지면 엄청난 역-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위험이 크다.
현재 국힘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서 큰 변수가 아니다. 원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반도 없고 장외집회를 강행할 자원도 없어서 ‘국회 마당 집회’를 진행하는 정도다.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여권의 문제점이 반사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 형성은 요원해 보인다.
다만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특검의 뜬금없는 압박은, 여권 전체의 전략적 판단이야 아니겠지만, 흥미로운 모멘텀을 낳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