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강화 조건 충분
급박하게 참여한 데다가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 트럼프의 조기 귀국까지 겹쳐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목받기는 어려웠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큰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오히려 이와 겹친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이 더 의미가 깊은지도 모르겠다. G7과 정확히 겹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서울 리셉션에는 김진아 신임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하는 데 그쳤지만, G7 종료 후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리셉션에는 이시바 총리와 전직 총리 세 사람, 현직 각료 등 일본의 주요 인사가 다수 참여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는 캐나다 현지에서 이미 별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글로벌 정세의 유동성이 높아지는 데다가 한일 양국이 관계 강화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점, 당장 불거지고 있는 과거사 등 민감한 이슈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순풍이 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도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나 관세 협상 등 미국 관련 사항에서도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금주 중에는 네덜란드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결정해야 한다. 여러 고려 사항이 있겠지만,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알력이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친윤 혹은 구주류, 전략적 사고 태부족
이번 주 24, 25일 양일간에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다.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낙승을 했고 현재 여야 지지율 차이도 현격하며, 국회 의석수도 압도적인 데다가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신임을 직접 표명한 만큼,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는 총리 자리에 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 지명 이후 불거진 의혹들은 만만치 않다. 엄청난 권력형 비리의 일단이 드러났다기보다는 오랜 정치 이력 및 상당히 길었던 야인 시절과 연결되는 ‘고전적 흠결’ 등이 상당하다.
이 중에는 대중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직관적인 사안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주진우 의원 정도가 눈에 띌 뿐, 야당의 ‘전투력’은 떨어져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전략적 방향성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야당 메신저에 대한 공격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여권은 야당이나 지지자보다는 일반 국민을 바라보면서 지지도보다는 신뢰도를 높여야 할 때다.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될 사안에서 무리한 수를 쓰면, 결국 다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야당의 관심은 3대 특검, 그중에서도 내란 특검에 집중되는 것 같다. 불똥이 당으로 튈 것을 걱정하며 정치적 방어막을 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3대 특검과 관련해 구 여권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이른바 별건 수사로까지 확장될 것이냐, 야당의 차기 주자군에 대한 공세가 진행될 것이냐 여부에 따라 역풍이 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물론이고 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표, 오세훈 시장이나 안철수 의원 등은 이런 이슈들과 별 상관이 없기도 하다. 국힘 구주류 다수 의원은 탄핵이나 대선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한 ‘과거’를 따지지 말고 ‘단결’하자는 식의 입장인데, 원내 지도부 또한 그런 입장을 보인다. 이는 실리적으로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여론의 지원을 얻기 어려울뿐더러 한동훈 등 대중 지지와 명분을 갖고 있는 인사들을 우군(방패막이)으로 세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친윤 혹은 구주류 다수 의원들은 아직 현실적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