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지난한 신경전과 힘겨루기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이라는 결과물을 내긴 했지만 여전히 윤석열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윤석열의 그림자뿐 아니라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김문수 후보의 비전, 캐릭터, 공약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재명을 막자”는 알겠는데 ‘김문수가 대통령인 나라’는 찬반을 떠나 아예 다가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준석 후보 역시 전반적 세부족의 한계를 뚫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재명 후보만 캠프 전체의 단단한 준비, 진영 내 장악력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18일 첫 티비 토론에선 이재명 후보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은 추상적이고 일방향적 발언들에 대한 브레이크가 없었지만, 생중계되는 토론에선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발언의 추상성, 모순점 등을 파고 들었고 김문수 후보도 힘을 보탰다. 당내 경선 토론도 무난히 넘긴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이번 선거에선 이런 경험이 처음인 셈인데 신경질적인 모습을 종종 노출했다. 이 토론이 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진 못하겠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8일 개헌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 4년 연임제, 5·18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골자로 감사원 국회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등 대통령 권한 축소와 입법부 권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기 단축과 관련해서는 “제가 저번에 1년 단축 얘기했던 것은 지선과 주기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 있었다. 지금도 역사가 준 기회인데 지방선거 끝나는 시기에 하면 딱 맞아 떨어진다”라고 했다. 차차기 대통령 임기와 차차기 지방선거가 거의 동시에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검사의 기소독점권 폐지 주장 등을 제외하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거꾸로 말하면 합리적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문수 후보가 이 당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국힘은 그간 국회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이 계엄의 주요 원인이라며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권한 약화는 대통령 권한 강화로 이어진다. 야당이 되더라도 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윤의 상징적 인물인 윤상현 의원은 ‘반명개헌연대’ ‘국민통합 공동전선’을 주장하긴 했지만 엊그제까지 국힘 주류가 지원한 한덕수 전 후보는 ‘개헌 연대’를 주창했었다. 일단 김문수 후보는 총론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이번 선거에로 당선되는 대통령의 임기만 3년으로 단축하자는 추가 제안을 했다.
오히려 이 이슈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여당과 야당의 주요 쟁점 혹은 협치 기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