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법원은 판결은 그 내용보다 속도에서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민주당 역시 그 속도를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늘 그러듯이 이슈 자체보다 이슈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볼 때, 대법원 판결 직후 즉각적인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은 매우 좋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과 최상목 권한대행의 상관관계가 없는데다가 그간 이재명 후보가 강조해온 안정감, 정치보복 절연 선언과는 거리가 먼 것. 즉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노출된 악재인데다가 대중들이 그에 대한 판단을 이미 내린 사안이라면 신뢰성 증진을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었는데 이를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이야기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쇄 탄핵을 통한 국무회의 무력화 주장, 삼권분립 해체 주장 등이 나온 것과 더불어 이 후보에게 방어막을 치기 위한 각종 법안들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한덕수 전 대행이 민주당의 숨통을 틔워줬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 판결 직후 한 전 대행은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그 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퇴가 처리되기 전에 최상목 (대행의) 대행의 사직서를 처리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 김을 뺐다. 그리고 그 다음날 대선 출마 선언 등으로 인해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민주당의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에 집중될 수 있는 시선을 분산시켰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민주당에 화력을 집중하는 대신 한덕수 전 대행의 출마에 더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한동훈 후보에게 낙승했다.
김 후보는 캠페인 기간 동안 한동훈 후보를 배신자 프레임으로 몰아붙이고 탄핵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나마 윤 전 대통령과 탄핵에 대한 입장에서는 어쨌든 한 후보와 김 후보 사이에 각이 섰지만 김 후보는 현재 국제적, 경제적 흐름에 대한 이해도나 대중 동원력, TV 토론 등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 투표와 국민의힘 지지자(무당층 포함) 대상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앞섰다.
본선 경쟁력보다 탄핵이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 국힘 지지층의 우선 순위였던 것. 김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 중인 한덕수 전 대행 역시 탄핵 이슈 등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민주당은 한숨을 돌리면서 대법원에 대한 직접적 압박에는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민심 행보’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당분간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문수-한덕수 단일화가 이슈겠지만 중도층의 관심이나 기대를 끌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다면 계엄과 탄핵에 대한 선명한 입장뿐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시민들과 직접 접촉 등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보여준 한동훈 전 후보가 이들에게 크게 힘을 싣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힘 지도부와 주류 진영에서는 김문수 한덕수 단일화 이후에 이낙연, 이준석 등 반이재명 빅텐트를 펼치면 승산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빅텐트’를 펼치기도 어려워 보이고 펼친다 한들 승산이 높아질지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