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우리 정부의 예측과 다른 예상외의 참패,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전격 사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함정취재 문제, 김기현 대표의 버티기 등 여권의 악재가 상당하지만, 정국의 흐름은 달리 흘러가고 있다.
12월에만 7번이나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축으로 해서 공천 경쟁에 뛰어든 원내외 인사들의 출판기념회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막말 파동, 송영길· 조국·추미애 등 당내외 인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더해 전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 판결까지 민주당의 악재가 쏟아지면서 야당에 대한 부정적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
특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판결은 △무더기 유죄 △지연된 재판 문제가 모두 부각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상급심에서 따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당 전체는 애써 모른 체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쌍특검’ 추진, 검사 추가 탄핵 추진 등 여러 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 구심력을 높이는 것 외엔 답이 없다는 판단이고 전략이겠지만 효과 여부는 미지수다. 일단 강서 재보궐 선거에서 매운맛을 본 여권은 ‘윤석열 vs 이재명’의 기존 구도를 흐트러뜨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용산과 내각은 철저히 민생을 내세우고 당에서도 친윤일색 흐름을 벗어나려 하는 것. 경제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느냐, 괜찮은 인재들을 총선 전선에 내세울 수 있느냐 등 실천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 자체는 적절하다.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을 보면 과거처럼 시작부터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인사들은 상당히 걸러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이나 정무 능력이 필요한 대통령실 포스트(정무, 홍보, 시민사회수석 등)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개편은 여당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는 전에 보기 드문 ‘파워’를 발휘했다. 독대를 통해 인 위원장의 예봉을 꺾고 안팎의 무관심 속에서 경찰 고위직 출신 경북 경주 지역구의 김석기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앉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김기현 대표의 ‘기득권 이미지’는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과거엔 “용산이, 윤핵관이 잘못이지 대표가 무슨 죄가 있겠냐”는 말이 많았다면 이젠 김 대표가 ‘빌런’의 자리를 차지한 것. 이로 인해 ‘김기현 밀어내기’의 기대효과도 높아진 상황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최근의 발언 정도면 이 전 대표의 캐릭터 특성상 수위가 상당히 높은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그 작전이 계속 통할 수가 없다. 이 전 대표로서도 ‘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 그 다음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겪었던 문제가 민주당에 발생한 것. 뉴스 소구력, 온라인 파워 등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더 클지 모르지만 당내 영향력이나 현역 의원들과의 네트워크 등은 이낙연 전 대표가 훨씬 윗길이다.
기득권 측의 과감한 양보를 통한 통합, 총선 직전까지 봉합, 이별 등의 선택지는 양당 앞에 똑같이 놓여있다. 어쨌든 진도가 빠른 쪽은 국민의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