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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정부입법의 우회통로일 순 없다(2) 2017-11-19 02:36:53
국회법 제5조의3은 ‘입법권의 국회중심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정부가 법률에 근거한 행정을 하고자 한다면 매년 제출하는 ‘법률안 제출계획’은 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며, 변경 내용은 반드시 분기별 통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향후 1년간 국정이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지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을 통해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회법 제5조의3의 강화는 행정부가 국회의원을 통해 우회입법을 하는 편법을 막고, 국회와 정부 간 협력적 긴장관계를 강화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조현욱(hyuncho69@gmail.com)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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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5조의3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 통지의무’

 

4. 정부입법의 우회통로 ‘청부입법’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은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른다. 각 부처는 매년 11월 30일까지 다음 연도에 추진할 입법계획을 법제처에 제출하고, 법제처는 이를 종합하여 정부입법계획을 수립하고 국무회의 보고 후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각 부처는 법령안을 입안한 다음 부패영향평가,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국회에 제출한다. 통상 행정부 내에서의 입법과정은 5개월에서 7개월 정도 소요된다.

행정부가 ‘의원발의’의 형식을 빌려 입법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목적과 관계기관 회의, 규제심사, 차관회의 등의 복잡한 과정을 피하려는 목적 등이 있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청부입법”은 행정부의 동의를 얻기 쉬어 통과가능성이 높고, 입법실적에 도움이 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다.

 

소위 ‘청부입법’의 현황은 법제처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부입법계획에서 철회된 법안들의 목록과 철회사유’의 분석을 통해 그 일부나마 분명히 알 수 있다.

2013년의 경우 정부입법계획에서 철회된 법안들은 153건이다. 철회 사유는 다음 연도(2014년)로 입법계획을 이관하거나 추진지연, 개정추진 필요성 없음 등 다양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철회 사유는 “의원발의” 또는 “의원발의 입법추진”이다. 2014년의 경우 정부입법계획에서 철회된 법안들은 142건이며, 두 해 모두 ‘의원입법’과 관련하여 철회된 법안은 각각 44건으로 합하여 88건이다. 이 중 ‘의원입법 추진’, ‘의원발의 입법추진’, ‘동일내용 의원입법 발의’ 등 명백하게 정부의 계획과 일치하는 내용으로 동일하게 추진된 ‘의원입법’은 2013년 36건, 2014년 31건으로 2년간 67건에 달한다. 해마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의 10% 이상을 ‘의원입법’으로 우회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첨부 철회 법안 및 철회사유 참조)

 

행정부가 ‘의원발의’의 외피를 쓰고 추진하는 정부입법은 여야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는다. 법제처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원입법을 이유로 계획철회한 사유와 관련된 국회의원은 총 46명이며, 새누리당 34명,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12명이다. 양당 의원들은 각각 41건, 26건의 정부입법의 우회추진과 관련되었다. 가장 많은 법안과 관련된 의원은 여당이 아닌 야당 소속의 김윤덕 의원(9건)이다.

 

아주 우연하게도 해당 의원이 추진하고자 했던 법률안이 정부와 것과 일치하거나 경우에 따라 정부가 매년 1월에 제출한 ‘법률안 국회 제출계획’을 확인 후 해당 의원의 소신과 의정활동 방향과 일치해 정부에 우선하여 법안을 제출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이며, 후자의 경우라도 행정부의 입안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을 때는 ”실적 쌓기용“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각 부처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법률안의 입안을 행정부가 하고, 입법예고, 규제심사, 차관회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생략한 채 슬그머니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어 대표발의하고, 상임위의 법안심사 시에는 행정부는 찬성의견을 내고, 여야의 의결조율도 행정부가 나서서 힘을 싣는 모양을 띤다. 법안의 내용에 따라 어떤 경우는 여당 의원에게, 어떤 경우에는 야당 의원에게, 정부의 입법 추진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 경우 당연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법률안 제출계획’에는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법제처 자료만의 분석을 통해서는 ‘청부입법’ 여부를 알아낼 수 없다. 더 많은 ‘의원발의’ 법안들이 사실은 행정부의 ‘우회입법’ 혹은 ‘청부입법’이라고 추정할 따름이다.

 

헌법에서 규정한 법률안 제출권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적 발상에서 우회입법을 추진하는 정부도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정부의 법률안을 받아 본인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주어진 입법권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회에 대해 입법부가 아니라 통법부(通法府)라는 비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5. 국회법 제5조의3, 이대로 좋은가

2014년 8월 박주선의원은 골프장 부가금을 폐지하는 정부의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를 비판하였다. 정부가 2014년 1월에 제출한 「2014년도 법률안 국회 제출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법률안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법안은 정부에 의해 10월 10일에 제출되었고,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어 12월 2일 본회의에 상정되었지만 여야 합의에 의해 골프장 부과금 제도를 폐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이 의결되어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사건은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 통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이다.

 

18대 국회에서 국회법 제5조의3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분기별 변경계획의 제출, 4분기 변경계획은 11월 30일까지 제출, 변경계획에 사유 명시 및 변경계획에 없는 법률안 제출시 정부부처의 소명 첨부, 정부의 제출계획 성실이행을 규정하려고 했다. 정의원은 “정부입법이 의원입법으로 편법 발의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국회법 제5조의3은 ‘입법권의 국회중심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정부가 법률에 근거한 행정을 하고자 한다면 매년 제출하는 ‘법률안 제출계획’은 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며, 변경 내용은 반드시 분기별 통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향후 1년간 국정이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지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을 통해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회법 제5조의3의 강화는 행정부가 국회의원을 통해 우회입법을 하는 편법을 막고, 국회와 정부 간 협력적 긴장관계를 강화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조현욱 상임이사(hyuncho69@gmail.com)

이대호 연구원(bluebitt@naver.com)

키워드 / 태그 : 국회법, 정부입법계획, 의원발의, 정부제출, 청부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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