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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정부입법의 우회통로일 순 없다(1)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해 입법권을 국회의 본원적 권한으로 부여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독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헌법은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대통령의 법률안 공포권, 재의요구권을 규정해 입법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40조는 국회가 단독으로 법률을 제정한다는 ‘입법권’의 국회중심주의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현욱(hyuncho69@gmail.com)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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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5조의3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 통지의무’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해 입법권을 국회의 본원적 권한으로 부여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독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헌법은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대통령의 법률안 공포권, 재의요구권을 규정해 입법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40조는 국회가 단독으로 법률을 제정한다는 ‘입법권’의 국회중심주의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 국회법 제5조의3의 취지

 

제5조의3(법률안제출계획의 통지) 정부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년 1월 31일까지 당해연도에 제출할 법률안에 관한 계획을 국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그 계획을 변경한 때에는 분기별로 주요사항을 국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정부의 법률안제출계획 통지조항은 국회 상시운영을 이유로 15대 국회 말인 2000년 2월에 의결되어 16대 국회부터 시행되었다. 국회의장은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 연도의 국회운영기본일정을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법률안 분산제출유도와 국회의 법안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애초에는 정부가 매년 3월 31일까지 법률안 제출계획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2011년 5월 19일 개정을 통해 매년 1월 31일까지 제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임시국회가 매년 2월부터 열리므로 정부입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된 것이다.

 

2. 법률안 제출계획의 통지 현황

 

1)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 통지의 경과

 

정부의 첫 계획제출은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정부는 2002년 3월 「2002년도정부입법계획」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매년 3월 법률안 제출계획을 통지하였고, 매년 6월 혹은 9월에 한 차례씩 “주요 변경사항‘ 혹은 ”수정“ 계획을 제출하였다.

2009년부터는 제출 시기가 앞당겨져서 2009년에는 2월 2일, 2010년부터는 1월 31일 이전에 법률안 제출계획이 국회에 도착했다. 하지만 주요변경 사항에 대한 분기별 통지는 18대 국회 내내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이전보다 늦춰져 9월 혹은 10월에 한 차례만 통지하였다.

19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12년도는 6월과 10월,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13년도에는 6월과 9월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수정계획과 주요 변경사항이 정부로부터 제출되었다.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 따른 계획 변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다시 10월 한 차례의 ‘주요 변경사항 통지’로 되돌아갔다.

 

2) 변경된 제출계획의 분기별 통지

 

2013년 정부의 법률안 제출계획에 따르면 총 317건의 입법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두 차례의 수정을 통해 106건의 법안이 추가되고, 79건이 철회되어 당초 계획에서 60% 가까이 변경되었다. 2014년의 경우 324건의 입법계획에서 210건의 계획이 추가, 변경되어 65%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2013년도 정부입법 계획

당초 제출계획

수정계획(2013. 6.)

주요 변경사항(2013. 9.)

추가

철회

수정계획

추가

철회

수정계획

317

69

46

340

37

33

344

 

2014년도 정부입법 계획

당초 제출계획

주요 변경사항(2014. 10.)

추가

철회

수정계획

324

121

89

356

 

매년 당초 대출계획에 비해 상당한 계획의 변경이 있고, 그 변경 내용의 분기별 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은 애초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3) 정부입법계획의 집행 현황

 

2013년 한 해 동안 정부는 총 256건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계획대비 집행비율은 74.4%에 불과하다.

법제처 자료로는 정부 제출 법안이 260건이다. 법제처 자료를 기준으로 해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계획과 비교해 75.6%의 법안만을 제출했고, 그나마 제출시기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무부의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175일이나 지연하여 해를 넘긴 2014년 6월 24일에 제출하였고, 지연 제출된 법안들의 평균지연일수는 28일이 넘는다.

2014년의 경우 312건의 법안을 제출하여 계획대비 87.6%로 집행성과는 높아졌지만 제출시기가 지연된 비율은 65.4%로 늘어났고(2013년 41.2%), 평균 지연일수도 59일을 넘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상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은 238일이나 지연된 12월 24일에야 제출되었다.

 

<법률안 제출계획과 실제 집행>

 

제출계획

제출건수*

제출시기

계획일 이전

계획일

계획일 이후

2013년

344

260

131

22

107

2014년

356

312

124

12

176

* 법제처 자료에서 제출시기 미기재 법안은 제외

 

 

3. 정부입법계획의 중요성

정부입법계획의 중요성은 예측가능성을 높여 국회의 법안심의를 강화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다. 전체 입법에서 정부제출입법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7-18대 국회에서의 법안의 본회의 통과 현황을 보면 정부제출 법안의 비중을 쉽게 알 수 있다. 의원발의 법안의 경우 각각 46.0%, 40.0%의 통과 비율을 보인 반면에 정부제출법안의 통과비율은 80.1%, 76.1%로 월등히 높다.

19대 국회에서는 사정은 비슷하다. 법률안의 원안과 수정안, 대안반영폐기된 법안을 합한 법안 통과비율은 의원발의 30.2%(4,354/14,395건), 정부제출 58.9%(545/925건)인데 임기 말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실적이 17대 6,387건, 18대 12,220건, 19대 14,359건으로 늘어나고 있어 국회의원의 입법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거나 본회의 통과건수를 비교하여 의원발의 법안의 통과가 더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입법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법 제5조의3’의 중요성을 무시할만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통과된 의원발의 법안의 상당수가 정부입법의 우회통로로 이용되는 소위 “청부입법”이라는 점이다. 이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헌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17대/18대 국회 법안 처리 현황>

 

접수

통과법안*

통과비율

부결

폐기**

철회

17대

의원발의

6,387

2,938

46.0%

5

3,358

86

정부제출

1,102

883

80.1%

0

216

3

18대

의원발의

12,220

4,890

40.0%

5

6,822

503

정부제출

1,693

1,288

76.1%

2

398

5

* 원안가결/수정가결/대안반영폐기 포함

** 대부분 임기말폐기 법안임

 

조현욱 상임이사(hyuncho69@gmail.com)

이대호 연구원(bluebitt@naver.com)

 

 

키워드 / 태그 : 국회법, 정부입법계획, 의원발의, 정부제출, 청부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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