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은 국민의힘에 비해 순조로운가 싶었지만 호남의 지뢰밭을 피하지 못했다. 예비후보 중 지지율 선두권이었던 김관영 전북지사 제명 이후 합종연횡 끝에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원택 의원이 지사 후보로 선출됐지만 패배한 친명계 안호영 의원은 9일간 단식을 이어가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경선은 대리투표 의혹, 명부 유출 등의 혼란상이 속출했다.
사실 영호남처럼 일당이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곳에서 이런 잡음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워낙에 강력해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등 범여권 여타 정당들도 호남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라 민주당 공천 경쟁이 극도로 격화됐다. 게다가 향후 민주당 전당대회, 국회의장 후보 경선, 원내대표 경선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게다가 현재 여당은 ‘친명단일대오’인양 하지만 대통령의 대리인 혹은 의미 있는 직계그룹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미묘한 혹은 노골적인 권력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이런 양상은 재보궐선거 공천에서 더 극심해질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나선 평택을에 어떻게 공천할 것이며 청와대가 상당히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한 하정우 AI 수석 차출 여부나 김용 전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공천 여부, 송영길 전 대표의 공천 여부 등은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사안들이다. 야당과 경쟁이 빡빡하다면 차라리 본선 경쟁력 중심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인데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다.
여당에서 이렇게 누수가 발생하고 공천을 받은 현역 단체장들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바닥을 치고 상황을 좀 더 호전시킬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부와 당은 여전하다. 당 대표가 무려 일주일 이상 미국을 방문(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보다 기간이 길다)하는 것 자체가 납득 불가다. 거물급 정치인이라면 할 만한 대학 강연이나 전현직 유력 정치인과 포멀한 회동, 현지 언론 인터뷰, 교민단체들과 공식적 리셉션 등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쨌든 장 대표가 돌아오면 경기도지사 공천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대구 시장 공천은 경선으로 진행되니 논외로) 재보궐 선거 공천도 진행해야 한다. 윤갑근 변호사가 충북지사 경선 결선에 올랐고 윤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였던 이용 전 의원, 비서실장이었던 정진석 전 의원,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등이 재보궐 라인업으로 꼽힌다. 윤어게인 라인업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면면인 것.
이런 식이면 여당이 어떤 허점을 보여도 분위기가 반전되기 어렵다. 주요 단체장 후보들은 중앙당과 단절된 독자적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지만 동시에 진행되는 재보궐 선거가 장동혁 대표의 존재감을 높일 것이다.
이렇듯 재보궐 선거가 본격화되면 각 당의 공천 라인업은 수도권과 영남권 지방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산북갑에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에 대해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의 고민이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