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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4] 이재명과 윤석열, 적대적 공생관계 형성에 탁월해 2024-04-17 17:39:07
‘대장동 개발 의혹’의 규모와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아직 1주일이 남았지만 사실상 마무리 분위기다. 민주당 지지층의 역결집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 왕(王)자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 자체도, 해명도 모두 이상해 보인다. 그 성격과 양태는 다르지만 두 후보 모두 지닌 문제가 상당히 고질적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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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윤석열, 역결집 효과 톡톡히 누려

 

대장동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는 경선을 거듭할수록 이낙연 후보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낙연 후보의 경우 “불안한 후보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 대장동 의혹 등의 구체적 문제점을 지적하지도 않(못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에 이어 김두관 후보가 사퇴했을 때부터 그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선이 파장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대장동 의혹의 경우 경기남부경찰청과 검찰이 동시에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구속하는 등 일단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유동규 전 사장의 수뢰 규모와 대가, 김만배나 유동규 등 핵심 멤버가 아닌 방어막 성격의 ‘법조 카르텔’ 규모와 금품 제공 액수 등이 현재 관심사다. 하지만 궁극적 관심사이자 파괴력이 있는 부분은 ‘유동규와 이재명’, ‘이재명과 김만배’ 사이에 있는 것들의 실체다. 문제는 이 부분은 딱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 측으로 봐선 다행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겠지만 떼기 힘든 꼬리표일 수밖에 없다. 일단 유동규 전 사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다”라고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는 두 사람 사이 10년 세월의 편린들이 드러나고 있다.

어쨌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낙점했다. 이 후보는 수사 진척 사항과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 규정과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현재 캠프에서는 ‘인사 관리에 대한 유감 표명 가능’ 정도의 운을 떼고 있다.

예측건대 “토건 기득권세력인 현 야권(과거 여권) 때문에 공공사업이 못 됐고 그나마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노력으로 인해 거액을 공공이 환수했지만, 유동규라는 개인과 기득권세력이 결탁해 일부 인사들이 거액을 벌어갔다” 정도의 논리인 것.

반대쪽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 왕’ 글씨 논란에 휩싸였다. 5차 토론에서 입길에 올랐지만 알고 보니 3, 4차에도 같은 글씨가 같은 위치에 적혀있었다.

후보 본인은 물론 캠프 공보팀의 해명은 오락가락하고 있고 개명 전력을 가진 홍준표 후보에 대한 역공도 이어지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의 경우 진영 문제로 치환되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하는 역결집 현상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손바닥 왕’자 논란의 경우 그럴 소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

 

‘저쪽이 싫어서 나 미는 것 잘 안다’라는 자신감의 발로

 

이재명 후보의 거의 당 후보로 선출이 된 것이나 다름없고 윤석열 후보는 좀 더 갈 길이 멀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양대 진영의 선두 주자다.

진영의 대표에 대해선 그의 정책, 캐릭터, 발언 등에 대해 찬반의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 진영의 날 선 반응이 자기 진영의 지지를 강화하기도 한다. 지도자가 보수나 진보 등 어떤 정치적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필요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논란은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내가 설계했다”라고 직접 공언하면서 치적으로 자랑해왔던 대규모 사업에서 엄청난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도의적이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고 ‘국민의힘 게이트다’고 역공만 강하게 펼치고 있다.

여러 언행에서 불철저함과 준비되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 계속 지적을 받으면서도 티브이 토론에 나가서 ‘왕’이라 적힌 손바닥을 카메라 앞에 스스로 펼쳐 보였다. 논란이 되자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오히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의 허물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그래도 저쪽보다는 낫다’라고 지지하며 성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장과 비전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지지와 반대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만든 문제에 대한 방어와 역공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뭉치고 있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이 적대적 공생관계 형성에 대해선 탁월성을 보이고 있는 것. 두 사람 모두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상대방에 대한 반감, 공포 때문에 형성됐다는 것은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인식이 성찰과 겸허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 효과를 낳고 있는 것 같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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