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매 정부 마다 대규모 감염병 창궐 현상이 나타났다. 노무현정부 첫해인 2003년 초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명박정부 2년 차인 2009년 4월에는 신종플루(H1N1)가, 박근혜정부 3년 차인 2015년 5월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치적으로만 따지면 사태의 시작 자체에 대해 내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또한 시행착오와 분투, 그리고 적지 않은 희생이 있었지만 사스나 신종플루의 경우엔 정부 대처에 대한 사후적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의 경우는 판이하게 달랐다. 확진자가 나온 지 9일 만에 컨트롤타워가 설치됐다. 대책본부장 자리는 질병관리본부장, 복지부 차관, 복지부 장관으로 계속 바뀌었고 정부 대 대응기구가 난립했다. 결국 6개월 간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38명이 달했다.
메르스의 후과는 오래갔다. 청와대와 정부는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 따지고 보면 메르스가 비극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번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세 차례 감염병은 모두 전국 선거(2004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를 일 년 앞두고 발생했지만 지금은 총선 코앞이라는 점.
민심의 불안정성과 유동성이 더 클 것이고 정부 여당의 마음이 조급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공법‘ 말고는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의 상황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눠 전자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정치적, 사회적 갈등 요인과 정쟁 사안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국면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부터 한 달 남짓 전개되는 ’경선 국면‘에서 개별 후보들의 전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쟁 사안과 갈등 요인에 불을 붙이고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려는 행위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선 초기 국면에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신났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 엄청난 역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은 여나 야나 마찬가지다.
대체로 그러하지만, 특히 이런 국면에선 가치에 부응하는 것이 실리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에 대한 적극 협조, 과거 정부 운영의 경험 공유 등을 선언하고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겠다”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재 한국당은 지지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절대 찍지 않겠다”는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은 것이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힘을 싣는 것은 예상 밖으로 비토 정서를 낮추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지금 같은 상황은 정의당, 안철수 신당 등 ’3세력‘에게는 매우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튈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선 '자살골'의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막말이나 음주운전 같은 스캔들 혹은 공천 잡음이나 경선 부정에 대한 심판 정서가 평소와 비교가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