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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23] 당청, 계속 이렇게 갈 순 없다 2024-04-23 17:40:23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물론이고 이른바 비쟁점 법안의 처리도 늦어지면서 국회에 대해 아예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화를 낼 가치도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야의 속마음은 연말 정국을 넘어 총선을 향하고 있지만, ‘모드 전환’이 부드럽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말 정국이 지나가면 오히려 여권과 관련된 울산 시장 선거, 야권과 관련된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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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김대중, 이회창, 박근혜를 능가하는 황교안

 

지금 정국 혼란의 첫 번째 책임은 여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치와 개혁을 선도하는 ‘좋은 정당(good party)’는 고사하고라도 기획과 정무적 판단, 경우에 따라 밀어붙이기에 능한 ’잘 돌아가는 정당(well party)‘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히 볼 때 법적, 관행적 의미는 물론이고 정치적 의미도 불분명한 ‘4+1’ 틀거리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개혁의 견인차로 과대포장 해놓고선 이제 와선 “별 거 아니다”고 평가 절하하는 듯 한 모습이다. 점점 누더기가 되고 있는 선거법을 놓고는 이제 와서 한국당을 향해 “이제 당신들의 속마음과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까지 왔다”고 뒤늦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마키아벨리즘적 기획도 아니고, 뚝심 있는 밀어붙이기는 더더욱 아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야 하겠지만 박한 평가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횡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별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은 오직 한국당 덕이다. 취임 10개월이 된 황교안 대표는 ‘투쟁’만 따지면 헌정 사상 최고의 야당 대표다.

목숨 걸고 싸웠던 독재 시대 야당 대표들도, 카리스마와 조직력을 갖추고 여당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던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대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 대표의 삭발에, 단식에, 장외 집회에 심지어 지지자들의 국회 경내 진입은 중남미나 유럽의 급진 정당 못지않다. 황 대표와 한국당이 그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딱 하나다. ‘대중의지지’.

‘4+1’중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3+1’도 크게 다른 평가를 받긴 어렵다.

 

‘스트라이크 존’ 넓어진 걸 몰랐나?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상징되는 울산 시장 지방선거 관련 검찰 수사는 법정 공방까지 길게 갈 것 같다.

현재 보도되는 내용을 냉정히 보면 과거 정치권 관행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박근혜-이명박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과정에서 선거법, 직권남용 등에 대한 ‘스크라이크 존’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울산 문제가 아니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적용 대상은 ‘현 정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권은 “우리는 다르다”는 호언장담과 자신감 외에는 선제적으로 개혁하거나 몸가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그리 한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선, 검찰 개혁의 정당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범여권의 검찰 비판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상당히 떨어진 편이다.

 

이렇게 갈 순 없다

 

어쨌든 ‘끊고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키는 여당과 청와대가 쥐고 있다. 현재의 이런 복잡한 상황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준 투표 정국과 이어지면 한도 끝도 없어진다.

야당과 대타협이든지 청와대 대개편을 포함한 스스로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 개혁이든지 뭐든 해야 한다.

선거 물갈이, 공천제도 혁신 등은 그 다음 수순인 것이지, 이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묘안이 아니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황교안, 울산 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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