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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8/5] 조국, 양정철, 김현종의 다른 메시지 흐름들 2024-04-23 09:02:08
일본이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본 정부가 대내외적 비난을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니만큼 ‘실질적 결과’를 의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이익 계산에 골몰하며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미국도 미국이거니와 이런 상황에서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과 ‘ 대구경조종방사포’ 등을 발사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북한은 부담을 가중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 특히 정부 여당이 어떤 기조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판단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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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하는가

 

지난 한 달 여 동안 여권의 메시지는 세 방향으로 나뉜다. 먼저 조국 전 민정수석 류의 흐름이다. 애국, 단결을 넘어 ‘친일’ ‘이적’ 개념을 사용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이는 보수 야당이나 언론에 대해 수동적 맞대응 이상으로 선제적 압박이 유용할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구체적 정책이나 행위에 대한 합리적 문제 제기도 제어됐다.

‘독전’ 외에는 구체적 상황 타개책도 담겨 있지 않은 조 전 수석의 발언들에 대해 보수 진영 뿐 아니라 진보 진영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이해찬 대표 쪽에서 소극적 문제제기가 있었을 뿐이다. 상당수의 인사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지금 일본과 충돌 국면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물론 장관 후보 지명이 확실시 되고 인사 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조 전 수석 입장에서는 이 논란 지점에 공방이 집중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 논쟁점이 적지 않던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황교안-김학의’ 논란으로 점철된 것 보다 훨씬 그럴 듯 해보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배포됐다가 유출된 민주연구원 보고서 류의 흐름이다. 사실 그 흐름은 다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여당 인사들은 부러 입에 담지 않은 프레임이다. ‘총선은 한일전’ 같은 이야기는 나온 지 오래고 ‘이런 식이면 총선에서 경제 이슈가 주변화 되고 한일 갈등이 부각될 것’ 등의 이야기도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부쩍 위상이 높아진 민주연구원의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긴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 번째는 김현종 NSC 2차장 류의 흐름이다. 주로 일본을 향한 메시지들인데, 감정적 언사 대신 지금 조치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민주주의와 안보’라는 한일의 공유지반을 일깨우기도 하며 우리의 보복조치가 만만치 않을 수 있음을 험하지 않은 발언들에 담았다. 이낙연 총리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일본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우리 국민들 귀에도 들린다. 물론 이런 류의 흐름은 별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첫째나 둘째에 비해 주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정부여당이 어느 쪽 흐름에 주력해야할지는 불문가지다.

 

통합력 강화에 주력할 때

 

같은 맥락에서 내부 갈등의 스펙트럼을 좀 좁힐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소미아 문제가 오히려 국내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을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소미아의 가장 큰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다. 지소미아 유지의 필요성은 북한 위협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사거리 300~600KM의 단거리 투발 수단들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좀 더 단호하고 선명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일본 문제 대응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친일 vs 종북’의 프레임을 국내 정치적으로 불리할 게 없는 판이라고 보는 시각은 무지한 단견일 뿐이다.

개각, 광복절 등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주부터 통합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국회가 구성한 초당적 방미단, 방일단을 국내에서도 계속 활용하는 방안 등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보인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지소미아, 화이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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