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먼저 사퇴했고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철회가 됐다. 다섯 명의 장관 후보자의 임명도 확언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여당의 손실이 크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문제 자체보다 그 문제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김 전 대변인은 사퇴를 표명한 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고 경내를 산책도 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동호 후보자 지명철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청와대가 정한) 7대 원천 배제 기준에서는 걸리지 않았다"라며 "그러니까 검증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 모두 ‘결단’을 퇴색시키는 메시지들이다.
현재 청와대는 ‘능력’과 ‘도덕성’, 양 측면에서 손상을 입었다. ‘국민과 공감대’ 훼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이나 조현옥 인사수석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애초에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수구보수 적폐 셰력의 정치공세에 밀리지 않겠다”와 “초심에서 멀어진 것, 인사시스템 모두에 대해 총체적 성찰을 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것.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그 중간쯤에 서 있다. 상황이 여러모로 안 좋지만 총선은 아직 1년 여 남았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도 확고한 차기주자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본질적 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매를 맞지 않으면 이후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꼬인 매듭이 자꾸만 더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후 대중에게 각인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두 가지다. ‘친일 청산’과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철저 수사’.
연말연초 민생과 경제만 반복해 언급할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인사-부동산 참사가 터진 것이다.
어떤 면에선 ‘리셋’의 좋은 기회다. 금주 중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달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까지를 전반적 쇄신의 기회로 삼는다면, 물론 그래도 정권 초의 80%대 폭발적 지지율은 돌아올 수 없지만, 환호는 아니라도 신뢰는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권에 대한 ‘상대적 도덕성 우위’나 ‘진정성’ 등을 강조하며 재공세를 취한다면, 지금 은 더 이상 밀리지 않을 가능성은 물론 충분하겠지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을 머지않아 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4.11 한미 정상회담 역시 조급함을 버릴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긴장이 현 수준으로 완화된 것만 해도 매우 큰 성과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조급한 모습’ 이나 ‘남북미 중 우리가 가장 몸이 단 듯 한 모습’이 그간 성과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도 4.3 재보선 이후에는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 기세가 좋지만 그것은 순전히 여권에 힘입은 것이지 스스로의 역량이나 혁신에 의한 바가 아니라는 점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총선을 바라본다면 시급한 것은 당의 기초 체력과 시스템을 회복하는 것이다. 무차별 총기난사 식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정부여당보다 한국당에 대한 피로감이 더 빨리 누적될 것이 분명하다.
5.18 망언 징계 등에 대한 매조지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