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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3/4]‘하노이 노딜’ 이후, 靑은 겹눈을 회복해야 2024-04-16 13:21:07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 밖으로 ‘노딜’로 종결됐다. 하지만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비는 있는 법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다. 청와대의 대처는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신중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황교안 체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태극기부대의 구심력이 회복될 수밖에...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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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과 ‘올인’은 다른 이야기

 

하노이 ‘노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도 각자 자기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보수적인 시각의 관전자들조차 “판이 깨졌다”는 해석이나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사소하진 않다. 하노이 회담 이틀째인 지난 28일 오전 정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NSC 2차장으로 자리바꿈하는 인사를 발표했다(NSC 1차장 인사도 동시에 진행).

주요국 대사와 개각 인사가 예정되어있는 상황에서 NSC 인사만 따로 미리 발표한 것이다. 국제통상-협상전문가인 김 차장의 이동은 남북경협 포석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인사를 꼭 그 시간에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까? 몇 시간 후 트럼프-김정은 공동 합의문 발표가 취소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

그 취소 사실을 예측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인식, 신중한 태도가 결여된 것이 문제다. ‘노딜’ 이후 청와대는 몇 시간 동안 아무런 코멘트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에 “당황” “청 관계자, ‘어째 이런 일이~’” 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지난 김경수 경남지사 1심 유죄 판결 당시에도 청와대는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집단적 사고에 대한 우려는 정책 결정의 편향성만일 수 없다. 위기관리의 수준을 떨어뜨리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역시 마찬가지다. 낙관적인 전망과 다른 가능성을 인식-대비하는 것이 상호배제적인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찬반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신뢰의 저하다.

또한 현 상황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합의 자체나 그로 인한 진척이 아니라 불가역(不可逆)성의 확대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불가역성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혹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담보될 수도 없다.

불가역성은 역진방지를 위한 ‘래칫(ratchet)’조항을 포함시킨다거나 합의의 양을 늘려놓는다고 해서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합의의 주체 바깥으로 이해당사자를 확장시키고 공유할 수 있는 이익을 늘려서 공감대를 넓힐 때 증진될 수 있다. 나라 바깥으로나, 안으로나 마찬가지다.

 

황교안 체제, 가운데로 갈 수 있는 기회 만났다

 

지난 27일 출범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는 북미 정상회담과 연휴로 인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당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다. 전당대회 기간의 문제점들에 대한 질타를 피하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가 연휴 기간 중 오세훈 전 후보를 만난 것 등이 그 일환이다. 자유한국당은, 그 속도와 강도가 문제지, 전당대회 때 보다 더 오른쪽으로 갈 순 없다. 가운데 방향 말고는 갈 곳이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하노이 노딜’은 자연스럽게 정부, 여당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건수 잡았다”는 식으로 단기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여권 역시 자유한국당이 더 오른쪽으로 가는 것에 대한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당직 인선을 볼 때 여전히 ‘황교안의 컬러’는 가늠키 어려워 보인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북미정상회담,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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