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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2/25] 야당 같은 여당, 정당 같지도 않은 야당 2024-04-14 12:01:51
금주에는 한국당 전당대회와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동시에 진행된다. 두 이벤트에 대한 예측과 기대감은 정반대 방향이다.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스몰딜’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어떤 합의가 나오든 현재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큰 편이다. 하지만 한국당 전당대회의 경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한편 여당은 독자적 악재 생산, 내부 자정능력 부재를 계속 노출하고 있다. 정치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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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재보선에서 분위기 바꿀 수 있을까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매우 독특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여권의 연이은 악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의 지속적 상승’과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장외 인사의 합류’로 시작됐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한국당 계열 정당의 한 축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퇴조한 ‘수도권 개혁파’를 대표하는 인물도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거의 2년 6개월 만에 가장 좋은 내외적 조건 속에서 시작된 것.

하지만 전당대회를 관통한 이슈는 ‘박근혜 책걸상’-‘5.18’-‘탄핵 정당성’-‘태블릿 PC’였다. 비전과 구심력을 보여줘야 할 1위 후보는 데뷔 무대에서 실망감만 안겨줬고 상대적으로 개혁적 후보는 역부족, 전대를 통해 공간이 좁아질 것으로 예측됐던 강경파는 득세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기간에도 여당 발 악재가 적지 않았지만 “여당이 아무리 못해도 저 당은 안 되겠다”는 인식만 강화시켰다. 득점할 찬스에 자살골을 넣었으니 실질적 손실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자리는 없었다. 김무성, 장제원 등 PK 출신들이 5.18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을 뿐 100여 명의 의원들은 일제히 입을 닫고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어쨌든 금주에 한국당의 황교안 체제가 출범할 것이 확실시 되지만 그 미래도 그다지 밝아보이진 않는다.

구조적으로는 견제와 협력이 교차하는 건전한 경쟁이 당장 벌어질 상황도 아니고, 인물의 면에서 보자면 2012년의 박근혜처럼 압도적 지지와 대권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략적 행보를 펼칠 능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당대회 기간에 보여준 대로라면 황교안 후보의 메시지 창출 능력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여러 면에서 볼 때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큰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만약 당장 4월 PK 재보선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공천하는 등 분위기를 일신하는 기획이 조기에 제시된다면 상황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서영교한테도 말 못했는데 설훈한테는 할 수 있으랴

 

민주당의 경우 임종석-양정철의 컴백, 김부겸-김영춘-김현미와 우상호-박영선의 역할 교체 등 활발한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지극히 ‘전통적’인 정치기획, 선수 교체.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설훈 의원이 ‘망언성 발언’을 3일 연속 반복했지만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서영교, 손혜원 등을 거치면서 이 같은 상황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중진은 초재선에게 아무 말을 못하고, 초재선은 초재선이라 중진에게 말을 못한다. 위계는 사라졌지만 패기도 없다. 이전에 말을 못했으니 ‘형평성’ 때문에 지금도 못하면,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믿을 구석은 한국당 밖에 없게 된다.

여당은 야당처럼 움직이고 있고, 야당은 정당이 아닌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판’의 관점에서 보자면 양당 구심력 강화가 불을 보듯 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보면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전당대회, 설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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