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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1] 서-손 사태의 다층적 의미, 대중 인식의 슬라이딩 구조 2024-04-14 13:43:53
서영교, 손혜원 두 민주당 의원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사안은 중첩적 신호를 담고 있다. 먼저 이 문제 자체,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태도와 역량이다. 또한 경제 집중과 사법개혁이라는 청와대의 핵심과제를 흐트러뜨리는 요인으로서의 의미. 마지막으로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내로남불 프레임의 강화가 그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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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깨끗하다->그래서 뭐?->똑같구먼->알고 보니 더 하네

 

논란의 내용은 다르지만 서영교, 손혜원 두 사람의 대처에는 공통점이 있다. 행위의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에 의도로 대답한다는 점이다. ‘나쁜 의도가 없었다. 선의다’로 응수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를 공격하는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반격하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두 사람의 이런 대응은 여러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와도 맥이 맞닿는 면이 있다. 청와대는 경제운용 등 정책적 사안에 대한 지적이나 특감반 논란,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지적에 대해 ‘선의’, ‘진정성’, ‘DNA’ 같은 개념으로 응수하곤 했다.

현 여권이 탄핵당한 여당인 현 야당(자유한국당)에 비해 도덕성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런 인식 덕에 현 정권 출범부터 여권은 강력한 상대적 우위를 점했고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지방선거 압승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은 한참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해 3/4분기부터 이어진 지지율 하락이 이의 방증이다.

사실 이런 흐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 반복된 그림이다. 그 시기 대중정서의 변화는 다음과 같았다.

‘1. 저쪽보다는 이쪽이 그래도 깨끗하니 이번엔 밀어주자’->‘2.도덕성? 그래서 뭐?’->‘3.다 똑같구먼’->‘4. 알고 보니 더 하네’의 슬라이딩 구조가 그것이다.

이번 두 의원 사건에 대한 민주당과 핵심 지지층의 대처를 보면 아직도 국민들이 1에 머물러 있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반면 제1야당은 4의 프레임을 확산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다수 대중은 1과 4의 강변에 대해 염증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자해적 싸움에서 더 손해를 입는 것은 여당일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청와대의 경제 집중 행보는, 그 구체적 내용의 적실성을 떠나, 이 같은 틀거리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새해 들어 중진 의원들이 점화한 원전 논란-순혈주의 논란 역시 여당의 역동성 강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의원 논란으로 이런 흐름은 꺾였다. 장본인들과 핵심 지지층들은 여러 창의적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옳으니까 옳다’ 같은 무오류성 순환 논리와 불리한 일이 생기면 항상 배후를 의심하는 음모론은 상호보완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다수의 여당 의원들도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손혜원 의원을 ‘옹호’하고 서영교 의원을 ‘이해’하는 (홍영표 원내대표) 발언들뿐이다. 이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물론 상대가 차려준 밥상도 엎어버리기 일쑤일뿐더러 황교안-홍준표 경쟁으로 대변되는 자유한국당이 여권의 믿을 구석일 것이다. 여당과 제1야당이 서로를 깊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을 경과하며 양당 구도 회귀 현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흐름이 이어지면 총선을 앞두고 예상과 다른 국면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손혜원, 서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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