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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14] 대통령 기자회견, 상반된 두 가지 신호 2024-04-23 00:54:05
경제, 민생에 일정과 메시지를 집중하고 있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고 민주당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낮은 자세를 견지했다. 다만 정치, 사회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말하자면 ‘낮은 가이던스’와 ‘전선 유지’라는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지지율 반등은 자유한국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와 연결되는 문제다. 한국당은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전당대회 전까지는 아웃복싱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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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 vs ‘뭐가 문제냐’

 

대통령 기자회견은 방어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사회에 활력을 넣고 새해의 비전이나 계획을 제시했냐는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공세적이거나 갈등지향형이 아니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안보에서도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기존 기조의 유지’를 강조하면서 노동계에 대해 편치 않은 심사를 다소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사다.

‘다수 대중’이 재벌대기업과 조직노동 양측에 대해 정서적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한 것은 그러한 정서와 결합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페인과 국정운영은 다르다. 표와 정서를 결집시키는 것과 결과물을 내는 것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

어쨌든 경제와 외교안보 부분에선 조심스러웠지만 정치사회 분야에선 온도차가 느껴졌다.

애초 문 대통령은 모두 연설에서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각 부처도 자율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고 바로잡아 나가는 자체 개혁에 나섰습니다”면서 “이들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라는 단어는 빠졌지만 김태우 전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 인사수석실 전 행정관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질의응답과정에서도 이런 기조는 이어졌다.

요컨대 경제에 대해선 ‘우리의 부족함과 구조적 문제가 병존한다’고,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고 인식하는 것 같지만 정치 부분에 대해선 ‘잘 하고 있다. 혹여 작은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이전 정부는 의도가 나빴지만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사회’부분도 마찬가지다. 20대-젠더 갈등에 대한 문 대통령이나 이해찬 대표의 해석은 피상적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대책을 강조하고 신임 국민소통수석도 첫 언론인터뷰에서 자신의 청와대 행 이유를 ‘가짜뉴스 걸러내기’로 내세웠다.

정치사회 분야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이와 같다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문제 인식 자체에 대한 갈등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만원 문제 해결 못하면 나경원 체제 자멸할 것

 

어쨌든 여권이 한숨 돌리고 있는데는 자유한국당 덕이 크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실질적으로 키를 쥔 이후 한국당은 여러 사안에서 경중을 구분하지 않고 ‘닥돌(닥치고 돌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물론 이런 부분은 경험이 쌓이면 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5.18 진상규명조사위를 둘러싼 어지러운 행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으로 거슬러 올라가봐도 아니 민정당 시절에도 이 정도 극우세력에 보수정당이 휘둘린 적은 없었다.

이런 모습은 여러 가지 효과를 낳을 것이다. 첫째 여권의 기저효과를 강화할 것이다. 둘째 한국당의 여러 잣대를 오른쪽으로 옮겨놓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보수통합’이 쉽지 않아 질 것이다.

부담을 무릅쓰고 이 부분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나경원 체제는 자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팔짱끼고 있는 한국당 내 ‘침묵하는 다수’ 역시 마찬가지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신년기자회견,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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