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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1/12] 좌우의 동시 비판이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순 없다 2024-04-16 05:17:29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 인사가 단행됐다. 예상대로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로, 사회수석이 정책실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청와대는 이 인사의 컨셉으로 ‘포용국가’ ‘원팀’ ‘실행력’ ‘정책조율능력’ 등 네 가지를 꼽았지만 좌우의 동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바른 길로 갈 때 좌측과 우측 모두가 쌍심지를 켜는 일은 왕왕 있어왔다. 하지만 좌우에서 동시에 비판을 한다고 해서 그게 바른 길을 아니다. 반대자의 반대가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순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야당에도 적용되는 포맷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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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이 아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인사를 결정하고 사후적으로 네 가지를 꼽았는지, 네 가지 문제인식 속에서 새 사람을 결정했는지 알 순 없다. 어쨌든 이 네 가지 항목에서 청와대의 인식을 유추할 수 있다.

 ‘포용국가’론은 가치적 슬로건의 성격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실질과 가치의 면에서 모두 비판에 직면하면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상위개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포용국가론을 내세우면서 ‘기존 방향성의 수정’과 ‘방향성의 유지’라는 모순된 신호를 동시에 주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옳지도 않다.

 나머지 원팀-실행력-정책조율능력은 동어반복에 가까운 전술적 개념의 나열이다. ‘포용국가의 설계자’와 ‘경제사령탑’이라는 역할 분담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인식과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좌측에서는 ‘경제주도권이 관료에게로 넘어간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우측에서는 ‘순종적 관료를 부총리 자리에 앉힌 개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외부 평가를 자기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다면 곤란하다. 예컨대 민주노총이 상실한 시민권을 되찾아주면서 혁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겠지만 민주노총과 갈등 자체를 정치적 시그널로 삼는다면 부메랑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새 경제팀이 빠른 시일 내에 시장과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신뢰와 충성을 혼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충성은 반대파의 확장에 의해서 강화되기도 한다.

 

한국당의 무능이 정치의 무능으로 전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횡보는 매우 우려할 만하다. 제1야당이 제 자리를 못 찾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문제일 뿐 아니라 정부여당의 정당한 위기의식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전원책 전 조강위원의 ‘해촉’의 경우 매우 희극적이다. 힘과 힘, 의지와 의지, 기조와 기조가 강력히 충돌한 끝에 파국을 맞았다면 에너지와 교훈을 남길 수 있지만 현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상 유지를 원하는 지도부가 방향성 없이 돌출적 개인을 진압했다는 것 외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

 따지고 보면 문제는 ‘해촉’이 아니라 애초의 ‘위촉’이었다. 실적도 경험도 부족한 정교하지 못한 평론가에게 중책을 맡긴 이유를 그때도 지금도 찾아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의 모든 기획은 단기적, 전술적, 대응적이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의 이런 상황은 정부여당에 독이다. 정부여당 뿐 아니라 정치 전체에 대해서도 그렇다. 5.18 진상조사위, 대법관 인사청문회 등이 한국당 때문에 공전하고 있지만 이건 그들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 아니다. 오직 무능 때문이다. 마땅히 나타나야 하는 정당한 충돌점과 접점들이 생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무능이 정치전반의 무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그리고 정말 또 다른 큰 문제는 정부여당에서 이 같은 상황을 ‘독’으로 인식하느냐 혹은 즐기고 있느냐는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경제사령탑, 전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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