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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15] 국감, 손혜원과 박용진 2024-04-17 11:22:34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국회에 대한 주목도가 다소 높아졌다. 국감 첫 주, 주목을 끈 인물들이 여럿 있었지만 국회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은 상반된 차원에서 다른 의원의 전범이 되었다. 특히 박용진 의원 케이스는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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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 ‘적폐’ 운운하는 현상 확산

 

 다른 정치행위도 그렇지만 국정감사는 피감기관, 즉 상대방보다 대중에 대한 소통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피감기관 보라고 벵골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피감기관이 받는 압박도 의원의 화력보다는 대중의 반응 크기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감은 가장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어떤 메시지를 내고 싶었나, 그 메시지는 적절하며 잘 준비가 되어있나, 메시지 전달은 의도대로 됐나, 이후 대중의 반응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보냈나 등으로 따져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손혜원 의원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사전에 보도 자료와 자료 요구를 통해 KBO와 선동렬 감독을 압박해 들어갈 때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려했지만, 대중의 기대는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감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지적하지도 못하면서 “판공비가 무제한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금메달 대단한 것 아니다”는 등 삿대질 수준의 압박을 펼치자 대중의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그 같은 반응이 쏟아진 후에도 불분명하게 ‘왜곡’, ‘적폐’ 운운하며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이다. 손 의원으로 인해 ‘적폐’라는 단어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는 더 희화화됐다. 앞으로 여권은 가급적 적폐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상징적 인물을 불러냈고, 컨텐츠는 부실했으며, ‘톤 앤 매너’ 는 불쾌했다. 이후 대중의 반응에 엉뚱한 피드백을 했으니 정말 완벽한 실패작이다.

 손 의원 뿐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한 때 ‘사이다’로 불렸던 인물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대중의 비판을 받으면서 ‘적폐’를 호명하거나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흥미롭긴 하지만, 결국 여권 전반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박용진, 상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높여버림

 

 토론회 국면에서 벌어진 사립 유치원 원장들과 박용진 의원의 충돌도 매우 흥미롭다. 산전수전 다 겪고, 결집력이 높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줄 아는 유치원 원장들의 의도와 전략은 명확했다.

 “다수 국민들의 욕은 먹겠지만 ‘실력’을 행사해 시범케이스로 삼아야 다른 국회의원들이 비슷한 일을 못한다. 비용에 비해 성과가 훨씬 크다”는 확신으로 토론회를 방해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아붙인단 말이냐”를 단골 레퍼토리로 삼고 있는 각종 이익단체, 종교 단체 등의 기본전략이고, 지금까지 이 전략은 거의 성공했었다. 단체구성원들은 뭉쳐있고 반대자들은 훨씬 더 규모가 크지만 엷게 퍼져있다는 비대칭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무산 이후 박 의원은 전국 비리 유치원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며 맞섰다. 전체 명단은 방송국 홈페이지에 올려서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하게 했다. 후폭풍은 모두가 아는 바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감수해야 할 비용과 부담을 획기적으로 높여놓았다.

 해악을 발휘하는데다가 똘똘 뭉쳐져 있기까지 한 기득권과 맞선 정치인들이 많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리 적지도 않았다. 하지만 효율적 전략전술로 성과를 거둔 정치인의 숫자는 정말 적다.

 여야를 떠나 박용진 케이스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해 보인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국정감사, 손혜원, 박용진, 선동렬, 사립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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