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의제와 전략 > 이주의 전망
[이주의 전망 9/3] 개각에 대한 3+2 포인트 2024-04-16 03:52:09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은 5개 부처 개각으로 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인적 재배치가 완료됐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에 이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전당대회가 끝나 야권 역시 새 진용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실제로 기대감이 높다기보다 기대라도 필요한 상황이라서 그걸 만드는 느낌이다. 향후 두세 달 동안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this article :

내각 강화 메시지가 더 강했으면

 

 조각 이후 첫 번째 개각 및 각급 인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혹은 소신 몇 가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첫째, 대통령이 수차례 힘줘 말한 대로 현재 정책 기조와 방향은 ‘옳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은 물론 국토부, 중기벤처부 등은 유임됐다. 다만 교수출신과 정치인 출신이 맡고 있던 산업부와 고용노동부에 관료출신을 배치한 것은 ‘집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좀 더 높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둘째, 장관 기준으로 여성 30%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 여성부 뿐 아니라 교육부에 여성 정치인을 배치했다. 내각 뿐 아니라 차관급(문화재청, 공무원인재교육원)에도 정치인과 기자출신을 발탁했다. 이 같은 발탁 인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검사 출신과 감사원 출신에 대한 신뢰. 신현수 전 국정원기조실장 자리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메꾸게 됐다. 기무사 후신인 안보지원사에는 현직 검사가 배치된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감사원 출신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영전했다. ‘감사원->청와대->승진해서 감사원 복귀’ 같은 회전문 인사는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이번 개각-인사는 대체로 무난해 보인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내각 강화의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은 점이다. 또한 안보지원사 출범 과정에선 비가역적인 제도개혁보다 인적/문화적 개혁을 더 중시하는 모습이 분명히 드러났다. 검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도 청와대지만 총리실도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거시 경제 기조까지는 모르겠지만 교육 문제를 비롯해 곳곳에서 구체적 민생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이 발생하면 가끔 “국민만 바라보라”, “똑바로 하라”고 질타하는 모습은 드러났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지휘를 하는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야 새 지도부, 정책을 ‘원내 몫’으로 돌리지 말길

 

 이해찬-김병준-손학규-정동영, 라인업이 완료됐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김종인, 김기춘 등 불과 몇 년 전에 정국을 주도했던 이들하고는 세대차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화 이후’에 정치를 시작한 인물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실제로 이들의 임무는 차세대 주자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차기 주자들이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들, 예를 들어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같은 제도적 변화도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과제가 중요하다. 이번 정기국회 동안 9월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 규제완화-민생법안 처리 등 눈앞의 사안들을 잘 처리해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민생경제와 관련된 사안들도 ‘원내(대표) 몫’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 부분을 잘 풀어내야 ‘큰 정치의 과제’들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들의 재등장에 대해선 오히려 대화와 타협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들은 많은 성취를 거뒀지만 각자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을 때는 막상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들이다. 그 실패의 경험이 정치권과 국가 전체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개각, 올드보이

float_section